지난해 12월 인천시가 동인천역 일원에 제물포구 신청사를 위치시킬 계획(빨간줄 표시)을 밝혔던 내용의 보도자료 중 일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2026년 7월 인천시의 행정체제 개편으로 출범하게 되는 제물포구 청사 터가 주민들도 모르게 바뀐 것으로 알려지자 통합 대상인 중·동구의 의회와 주민 모두에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그러자 인천시는 신청사 위치를 정하는 주체가 인천시가 아닌 제물포구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궤변’이라며 비판하는 분위기다.

인천시가 발표한 ‘동인천역 일원 도시개발사업 기반시설 설치계획도’에 따르면 해당 계획에 포함된 제물포구 신청사가 당초 알려진 동인천역사 쪽 위치가 아닌 배다리사거리에 조성하는 안을 유력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천시는 ‘제물포르네상스계획과’의 명의로 지난해 12월 19일 ‘원도심 부흥과 인천 성장 이끌, 제물포르네상스 미래 솔루션 발표’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한 바 있다.

당시 보도자료는 실제 유정복 시장이 당일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연 ‘제물포르네상스 마스터플랜 대시민 보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해 보도자료로 낸 것으로 당시 제물포구 청사의 위치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제물포구 신청사를 비롯한 동인천역을 행정·교통·재생의 통합거점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라고 적시돼 있는데 신청사를 동인천역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실제 지금도 많은 주민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상태.

다만 마스터플랜의 경우 추후 바뀔 가능성은 있는데 계획을 바꾼 주체는 ‘제물포르네상스개발과’로 현재 동인천역사 개발을 비롯한 제반과정들을 이 부서에서 진행시키고 있는 상태다.

애초 동인천역사에 구청을 비롯한 기반시설을 도입해 동인천역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이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세부계획들을 담당 주무부서들에 배치시키면서 주민들의 인지를 전제하지도 못하고 수정되고 있는 것으로 논란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실제 이를 전해들은 ‘통합 대상’인 중구와 동구 모두 지역 내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 주민들은 물론이고 의회 차원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 의견이 계속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의회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의 손은비 의원(비례) 등이 지난달 11일 의회 본회의를 통해 “인천시는 배다리 부지만을 특정해 건립을 추진하기보다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또 동구의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장수진 의원(동구 나)이 8월 본회의에서 “인천시가 제물포구 청사 위치를 동인천역에서 배다리 쪽으로 일방 변경했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소속의 김종호 의원(동구 가)은 “다른 곳의 행정구역 통합 과정은 주민 공론화 절차가 있거나 했으나 제물포구는 시의 주도로 진행돼 왔는데, 상징성을 가진 동인천역 일대가 아닌 곳에 청사 신축 계획을 세우는 것은 주민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대로 ‘제물포르네상스계획과’ 명의의 보도자료로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이라면 비록 변경 가능성을 전제한다 해도 마스터플랜이 이미 발표가 된 만큼, 변경되는 부분에 대한 의견 등을 지역사회에 묻고 논의하는 절차들도 필요했지만 그렇게 진행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 등도 가능하다.

이러한 의견에 인천시 관계자는 “사업성과 주민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그러나 구청 위치를 정하는 것은 우리 인천시가 아니라 새로 만들어질 제물포구로, 신설 구에서 시가 만든 계획을 바탕으로 청사 위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시는 구청 청사의 위치를 정하는 주체가 자신들이 아니라고 하지만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힌 제물포구는 엄연히 현재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

여기에 지금까지 중·동구의 입장이 뭔가 명확하게 나온 것도 아닌 지금의 상황이라면 결국 이러한 검토 작업은 인천시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구청 위치를 정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라는 시의 설명은 자칫 ‘궤변’이라는 반발을 얻기에 충분하다.

실제 ‘제물포르네상스개발과’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 도중 기자가 “이런 부분에서 사실 의아함이 있다”고 밝히자 “우리가 동인천역일대 개발사업 준비를 하면서 사업성 접근성 등 시 내부에서 검토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사실상 청사의 위치를 정한 주체가 인천시임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인데 이러한 설명들을 중·동구 구의원들도 들었으리라 추정하면 인천시가 ‘불통 행정’으로 결국 귀를 닫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해진다.

한편 인천시는 국회가 지난 1월 ‘인천광역시 제물포구·영종구 및 검단구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킨 만큼 2026년 하반기부터 중구 내륙과 동구를 합쳐 ‘제물포구’로, 중구 영종도 지역을 ‘영종구’로 개편하는 등의 개편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6년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는 신설 및 개편되는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의 구청장 및 지방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는 과정을 거쳐 7월부터 개편된 내용으로 자치구를 공식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