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인천시 감사관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주민참여예산 관련 보조금 등 집행실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던 모습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민선7기 시절 500억 원 규모까지 불어나며 활성화됐다가 민선8기 유정복 시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문제로 삼고 나서 결국 20억 원 대까지 쪼그라든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아직도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이미 30억 이하 규모의 ‘소액예산’으로 줄어 유정복 시장이 ‘자칭 소기의 성과(?)’를 이미 거든 상황에서 수사당국을 통해 수사과정으로 이어지는 등의 상황으로 결국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민간 영역에서의 갈등이 더욱 비화되는 이른바 ‘시궁창’의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4일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권이 ‘보조금 이권카르텔’을 운운하며 시민단체를 탄압하는 모습과 같은 흐름”이라며 “인천시가 보조금을 통제해 시민사회 활동을 탄압하려 한다”며 시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인천시가 지난달 ‘보조금 집행실태 특정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이와 관련해 최근 수사를 의뢰하자 국민의힘 인천시당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수사 촉구에 나선 것에 대해 반발하는 의미다.

앞서 인천시는 앞서 말한 감사결과를 통해 민간단체 보조금 집행내용 중 21건을 처분(주의, 통보, 환수), 주요 지적사항 중 3건을 수사의뢰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시의 수사의뢰 내용 중 ‘기타 수사의뢰사항’ 중에는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설치 및 직원채용 등 운영’, ‘평화도시조성사업 선정 및 지원’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당시 시가 직접 밝힌 내용이기도 했다.

평복연은 “보조금 사업 감사 결과에 갑자기 ‘기타 수사의뢰사항’으로 ‘주민참여예산’과 ‘평화도시조성사업’이 등장했고 이어 인천경실련과 국힘 시당은 주민참여예산과 평화도시조성사업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등의 성명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시와 이들이 마치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판했다.

이 같은 의심은 주민참여예산과 평화도시조성 사업에 초점을 맞춰 인천시의 감사 및 수사의뢰에 맞춰 국힘 시당이 즉각적인 성명을 낸 것과 인천시 시정혁신단장을 겸직하며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는 인천경실련이 성명을 낸 것 등으로 ‘한몸’ 의심을 할 만한 정황은 있기는 하다.

앞서 인천경실련은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인천시는 감사 결과에 따라 사적 이익을 추구한 민간단체와 관련자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천경실련은 민선7기 당시의 주민참여예산 운용이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의 취지나 목적과 어긋나는 ‘혈세 낭비’ 사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재정 건정성, 재정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감시 역할을 자임했던 시민사회단체가 연루됐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위법하고 부당한 보조금 환수는 물론 민간위탁사업 및 보조금 선정 집행과 관련한 의혹 등에 대해 조속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2018년 10억 원대였던 주민참여예산이 2022년 480억 원대로 대폭 늘어난 만큼, 혈세 낭비와 주민 피해 등을 고려하면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주민참여예산의 민간위탁 사업을 즉각 ‘인천시 직영’ 체제로 전환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천경실련은 이 외에도 지난해 9월 업무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담당 관계자들의 조속한 수사 재개 및 주민참여예산 운영의 불법‧탈법 진위 여부의 제대로 된 감사를 주장하며 민선7기 임용된 감사관실 공직자의 교체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인천경실련이 성명을 발표한 26일은 인천시가 감사결과를 발표한 25일의 바로 다음날이어서 당시 인천경실련의 성명을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현재의 인천경실련이 유정복 시정부에 ‘사실상 친화된 상태’라는 의견이 팽배하기도 했다.

평복연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천경실련의 자세가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의 내용은 둘째 치더라도 두 시민단체가 과거에는 인천지역의 현안과 관련해 자주 교류를 해왔었기 때문.

지역사회 내에서는 두 단체의 과거 이러한 친분이 수 년 전서부터 잡음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사안만을 놓고 보면 두 단체가 이미 ‘철천지 원수지간’이 됐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하다.

다만 평복연의 이날 논평은 인천경실련보다는 인천시와 국힘 시당을 주로 언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시민단체들끼리 때리기’를 하는 그림은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는 걸 감안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논평에서도 “과거 윤석열 정부가 ‘보조금 이권카르텔’을 운운하며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를 추진하고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규정(대통령령)을 폐지하면, 이에 맞춰 국힘이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단체에 대해 왜곡·허위주장을 확산시켜 온 것과 같다”고 적시했다.

인천경실련이 자신들에 대해 날을 세우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비추고 있으나 아무래도 ‘같은 시민단체’에 해당되는 만큼 경실련을 ‘직접적인 범위’에서는 언급을 안 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앞서 언급대로 논평에서 “시와 이들이 마치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있고 여기서 ‘이들’에 포함된 주체들 중 인천경실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기는 하다.

이어 평복연은 “시는 이번 감사에서 ‘참여예산사업은 공익성이 높아 시에서 직접 추진해야 함에도 조례 개정을 통해 지원센터 설치 후 민간위탁 추진’이라고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조례 발의 시의원 및 찬성의원과 의회 전문위원, 문제 없다는 의견을 낸 시 공무원 등도 모두 위법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평복연은 “(만약 그게 문제라면) 시는 당시 조례를 추진해 온 공직자들을 문제 삼으면 될 것인데 ‘보조금 특정감사’라는 이름으로 수시의뢰까지 언급하며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례적으로 여러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평복연은 현재 유 시장이 강력 추진 중인 F1에 대해 혈세 낭비라며 비판하고 있는데 유 시장이 이런 비판을 불편하게 여겨 ‘특정감사’라는 이름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위축하고 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평복연은 “인천시는 보조금을 통제로 시민사회의 활동을 탄압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 참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길 바라며 시가 지속적으로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탄압하겠다면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들과 날을 세우고 있는 인천경실련은 “인천시와 수사당국의 철저한 대응을 촉구하며 상응하는 조치가 없을 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사실상 평복연과 정면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인천시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민선7기 당시 500억 원 규모까지 늘어났으나 민선 8기 들어서는 2023년 196억 원, 2024년 33억 원, 2025년 25억 원으로 줄었다.

평화도시조성을 명목으로 적립 중에 있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은 2022년 83억까지 적립되어 있지만 민선 8기 직후 쌓인 적립금은 전혀 없는 상태다. 해당 사안이 ‘지역사회’ 차원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사안’임을 에둘러 인증하는 부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