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단체의 운영 및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한축구협회(KFA, 이하 ‘축협’으로 표기)가 결국 국회에서 제대로 ‘몽둥이’를 맞았다.
특히 그간 감독 선임을 비롯한 전반적인 운영 상태가 ‘동네 계모임’ 및 ‘동아리’에 비교될 수 있는 수준임이 확인되면서 정몽규 회장 체제의 축협은 재차 체면을 구긴 모습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24일 진행한 축협 현안질의에서 강유정 의원(비례, 민)은 “(당초 국회에서 요구한) 입증 가능한 자료를 제출했다면 더 이상 여기서 (정 회장의) 판단을 물을 일이 없었겠지만 그걸 제대로 안 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이라고 정 회장에 공세를 취했다.
이날 강 의원의 발언은 앞서 정 의원이 서면 모두발언을 통해 “(감독 선임 등에 대한) 불공정한 과정은 없었다”는 메시지에 대해 “공정과 불공정은 설득의 영역이 아닌, 입증하는 것”이라고 운을 떼면서 시작했다.
강 의원 등에 따르면 이날 여야 의원들 상당수는 이날 현안질의에 앞서 축협 측에 감독 최종 후보자 3인에 대한 정성·정량지료와 점수표, 회의록 및 채점결과 등의 평가 자료를 요청했으나 축협 측은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의원들이 해당 후보자 3인을 비교한 보고서가 A4 5장 분량으로 있다고 하기에 요구했더니 PPT 한 장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강 의원은 이 한 장의 자료를 회의장 모니터에 띄웠는데 이 자료 역시 채점표가 아예 없는 등 전반적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이에 강 의원은 “최종후보자 3인 정성·정량지표, 점수표, 회의록, 채점결과 등 있느냐”고 묻자 정 회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최종 결정권자로서의 역량에 의문을 낳기도 했다.
이어 정 회장은 “의원님께서 혹시 머니볼이라는 영화를 보셨다면...”이라며 관계도 없는 멘트로 말꼬리를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강 의원으로부터 “설명하지 마시라”며 직접 제지를 당하는 등 적절하지 못한 모습마저도 보였다.
강 의원은 “의원실에서도 이 자료 요구했으나 (정 회장 및 축협은) 안 줬다”고 밝히고 문체위원장인 전재수 의원(부산북구갑, 민)에게 자료를 제출 받을 것을 요구하면서 “감독 선임은 인사 문제인데 이걸 의원들이 묻고 요구하는데 (축협이) 채점 결과를 못 주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어 박주호 전 축협 전력강화위원을 부른 뒤 “기록이나 점수 서술 등의 채점표를 남기거나 협회에 제출 및 제공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 전 위원은 “제시 마시 감독에 대해 1~4순위까지의 과정은 제출을 했다”고 답했다.
박 전 위원의 답변은 축협 측이 여야 의원들에게 감독 선임과 관련한 채점표 등 자료를 결국 고의적으로 주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것으로 이후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강 의원은 제시 마시 감독에 대한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과 이후 이를 위임받은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의 한 장짜리 평가표를 화면에 띄운 뒤 “‘면담의 분위기가 흥미롭게 만들었다’는 주관적인 멘트로 정성·정량지표라고 할 수도 없는 내용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 후보자 3인의 비교 보고서라고 받은 게 달랑 한 장의 문서 뿐”이라며 “요즘 중학생 축구 팬들도 이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을 비교한 평가표를 개인 후보당 A4 5장씩 만들 수 있을텐데 성의도 없는 한 장짜리가 올 줄은 생각도 못한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또 강 의원은 “요즘 계모임이나 동아리들도 확실한 정관이 세워져 있고 이를 위배하면 상당한 책임과 민사소송 가능성도 있다”며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이 감독 선임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축협 전력강화위원회 업무를 병행토록 하는 과정이 ‘정관 위반’에 해당되는 내용을 추가적으로 밝혔다.
특히 강 의원이 이에 대한 위반 내용을 정 회장에게 확인 차 묻는 모습이 있었으나 정 회장은 더듬거리며 답변조차 하지 못하는 등 축협 정관을 확실히 인지하지 못한 모습마저 보였다가 강 의원으로부터 “안 된다고 돼 있다”는 내용을 오히려 전해듣는 촌극도 나왔다.
이어 “이임생 위원장이 전권을 위임받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정 회장은 “결의가 서류로 있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추천했다”고 답했다가 오히려 강 의원으로부터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 위증하는 것인데 차라리 모른다고 하는 게 낫겠다”며 다시 한 번 두들겨 맞는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강 의원이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정이 적정한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을 짚었다면 배현진 의원(서울송파을, 국)은 축협이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천안축구종합센터’와 관련해 정 회장의 축협 사유화 의혹을 지적하고 나섰다.
베 의원은 “천안 부지를 지정 후 축구센터 마스터플랜 건축사 건축회사를 선정하기 위해 국제 공모를 시행을 했고 네덜란드 업체가 최종 선정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축협이 하는 과정에 현대산업개발(HDC)의 명칭이 계속해서 문서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의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명보 현 국대 감독이 지난 2017년에서 2020년까지 축협 전무이사로 재임할 당시 축협에서 해외 건축사에 발송한 서한이 홍명보 전무이사의 명의로 발송됐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기억을 못 한다, 왜냐면 당시에 제가 축협 CEO였기 때문에 내 명의로 서류가 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배 의원은 “당시 홍명보 이사 명의로 4개의 해외 건축사에 이 공모를 타진하는 문서가 발송됐고 축협과 HDC가 당시 그 업체(네덜란드 업체)의 참가를 고대한다는 등의 문서가 발송된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모에 최종 선정된 네덜란드 업체가 당시 이 문서에 대해 답신하는데 답신을 하는데 수신하는 주체가 축협과 HDC 두 곳으로 HDC가 전체적인 공모과정에서 실무적인 수신을 받은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들춰냈다.
이어 “2020년 11월 24일 이 업체가 다시 과업 범위 및 수수료 제한이라는 계약 조정 문건, 비용에 관한 문건을 축구협회에 발송하는데 이 문서 또한 HDC가 동일하게 수신하는 등, 국가적으로 축구센터를 건립하는 과정에 공교롭게도 정 회장이 운영하시는 HDC 이름이 공식적으로 이렇게 문서에 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설계만 했다”, “우리가 설계에 있어서 축구협회를 최대한 잘 도와줘서 우리가 전문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이 도와달라고 그렇게 얘기한 적은 있다” 등의 답을 했다.
배 의원은 “축협이 정 회장의 개인적인 지역 조직이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의 어떤 강령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인데 자발적으로 업체(HDC) 직원들이 동원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덜란드 업체가 디자인 결과물을 보내왔고 이 디자인은 해외에도 공개가 됐는데 당시 축협은 ‘NFC센터’라고 발주했지만 다시 수주받은 디자인에는 ‘HDC아레나’라는 이름으로 왔다”며 “축협도 아니고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도 아니고 왜 현대산업개발 아레나로 디자인이 왔느냐”고 따졌다.
배 의원은 “지금 축구 팬들은 정 회장이 12년 동안 재임하시면서 공사를 구분 못하고 지금 축구협회를 사유화했냐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HDC는 조금의 이득이나 혜택을 본 것이 없었고, HDC아레나 같은 이름들은 가칭일 뿐이며 네이밍 라이트를 팔 예정으로 여러 회사와 얘기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도와준 것은 있지만 이득 같은 건 본 게 없다고 제가 맹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