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공공 아파트 사업장에서 정부의 사전청약제 폐지로 인한 기존 당첨자들의 집단행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인천의 경우 서구와 중구 등의 민간 사업장에서 사전청약이 취소되는 등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정부 방침에 영향을 받으며 결국 ‘같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배경인 것으로 읽힌다.
최근 해당되는 민간 아파트 사업장의 ‘사전청약 당사자’들로 구성된 ‘사전청약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정부의 급작스러운 사전청약 폐지 및 본청약 지연 발표에 많은 당첨자들이 경제적, 심리적인 어려움과 직면했다”며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무책임한 대처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LH 및 도시정비업계 등의 전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천을 포함해 수도권 주요 지역 민간 영역 사업장의 사전청약이 취소됐고 공공 사전청약 사업장들 역시 본청약이 지연되는 사례가 계속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인천에서는 지난 1월 가정2지구 2블록 ‘우미린’ 278가구 단지에 대해 이미 1월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이 사업 취소를 발표했었고, 최근에는 중구 중산동 1913-10 영종 A41블록 ‘한신더휴’가 사전청약 2년 만에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두 사업장 모두 인허가가 지체되는 상황에서 급등한 공사비 등을 감안하면 애초 분양가로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여기에 참여했던 사전청약자들로서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렇게 인천을 비롯한 여러 사업장에서의 사전청약이 ‘없던 일’로 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공공분양 사전청약에도 옮겨가는 분위기가 엿보이는데 실제 공공분양의 사전청약도 정부 발표를 전후로 일정이 지연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는 만큼 이는 충분히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앞서 LH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진행된 사전청약은 ‘공공영역’으로만 한정했을 때 99개 단지, 5만 2천여 가구로 잡혀있다. 그런데 이중 지난해 기준으로 본청약이 완료된 곳은 13개단지 6,915가구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서도 기존 일정을 지킨 곳은 단 한 곳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지켜본 윤석열 정부는 사전청약 사업장 중 대부분이 예정된 때에 본청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한데 이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판단 하에 ‘사전청약제 폐지’를 가닥으로 잡고 지난 2022년 말 민간영역을, 그리고 올해 5월 공공영역의 사전청약을 폐지시켰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공공과 민간을 막론한 사전청약 사업장들 대부분이 여려가지 이유로 제때 본청약을 못 하는 사례가 실제 많은 만큼 그 자체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하다.
실례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A2·A3블록의 경우 당초 일정대로라면 본청약은 지난해 10월 진행됐어야 했으나 감리업체 선정이 두 차례나 유찰되면서 착공 시기도 그만큼 늦어지는 바람에 현재도 본청약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2월 본청약 예정이었던 남양주 진접2지구의 4개 사업장에서는 땅을 파는 중 문화재가 발견돼 현재 정밀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 의왕 월암지구 내 2개 사업장은 법정보호종인 맹꽁이가 부지에서 발견돼 대체 서식지 마련에 사업이 지연 중이다.
그렇게 사업이 밀리면서 분양가가 당초 예상보다 올라가는 경우는 많다. 인천의 경우 서구 검단지구 AB20-2블록의 ‘중흥S클래스 에듀파크’는 2022년 2월 사전청약에서 예정 공지된 본청약이 2년여나 미뤄졌는데 이로인해 분양는 전용면적 72㎡ 4억 3,500만 원으로 사전청약 당시 추정금액보다는 4천만 원 정도 올라간 사례가 있다.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면 아무래도 사전청약자들은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인데 분양가가 예상보다 올라가는 문제는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사업 자체가 취소됐을 경우 사전청약을 위해 마련했던 청약통장을 다시 살려내는 방법 말고는 이러한 피해를 회복할 만한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게 문제다.
특히 사전청약은 분양 과정에서의 ‘당첨자’라는 지위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청약기회를 잡지 않아야 하는데 사업이 취소되면 ‘멘탈 붕괴’는 기본이고 지연됐을 경우 그 기간 동안 분양가가 심각한 수준으로 오르게 되면 구매를 위함 부담에 결국 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정부 방침으로 인해 기존 사전청약의 존치 여부에 우려를 하고 있는 청약자들은 만약 사전청약 취소가 되어도 당첨자 지위의 유지와 공고 당시의 추정가를 넘지 않는 수준의 본청약, 본청약 지연 방지 및 피해 보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비대위를 결성했다.
비대위는 현재 공공영역 사업장의 사전청약자들이 모인 비대위와 민간영역 사전청약자들의 비대위가 별도 구성돼 있는데 이는 공공과 민간사업자 사전청약자들의 입장차가 약간 달랐기 때문이었으나 향후로는 공동의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재 공공영역의 비대위는 인천지역은 해당되지 않고 남양주와 성남, 부천과 군포, 수원 등의 주요 사업장 총 15곳이, 인천지역이 해당된 민간영역 비대위는 파주시 운정3지구 3·4블록 당첨자들을 중심으로 총 10곳의 사업장이 해당되는데 인천서는 영종 RC4-1·2, A16블록이 이에 포함된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인천과 세종 등의 사업장 중에서는 추가적으로 비대위 참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들이 있어 향후 비대위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본청약 일정을 미루는 사업장들이 사업성 등을 이유로 사업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전청약제를 폐지하면서 민간영역에서도 이 영향을 받아 실제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는 당첨자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이들 대부분은 실제로 거주를 목표로 하는 ‘실수요자’에 해당될 것”이라며 “그걸 감안하면 정부가 너무 무책임한 결정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전해왔다.
한편 국토부는 박상우 장관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전청약자들의 기회 상실 및 희망고문 등 어려운 상황에 대해 현행 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