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정부가 내수소비 진작 등을 의도로 ‘국군의 날(10월 1일)’의 임시공휴일 지정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여야의 ‘의미 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방이 아예 배경이 없는 건 아니라며 역사적 의미 혹은 ‘샌드위치 식 휴일 지정의 적절함 여부’ 등에 대해 한 번쯤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일 총리실에 따르면 정부는 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여는 국무회의에 올릴 안건을 이날까지 추리면서 국군의 날이 포함된 임시공휴일 지정을 안건에 포함시킬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일 중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지의 여부가 판가름될 것으로 보이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10월 첫째 주는 완연한 가을 시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축제와 행사들이 이어지는 만큼 이때 휴일이 있으면 좋다는 반응이다.
특히 올해 화요일인 국군의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목요일인 3일이 국경일인 개천절이기 때문에 연차가 최소 3일 이상 남아있는 직장인들은 이때 연차를 사용하게 되면 1주일을 ‘법적 보장’ 하에 휴가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
최근 당정협의회를 통해 임시공휴일을 제안한 국민의힘 측도 이러한 시기에 내수소비 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정부와 여당 분위기만을 보자면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별반 문제될 상황이 없어 지정 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개천절이 화요일이었던 만큼 국군의 날이 아닌 10월 2일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이 된 바 있고 이는 한 달여 전인 지난해 9월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최근 야당 국회의원 측에서 ‘임시공휴일을 졸속 지정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데 시민들의 의견이 다소 갈리고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임시공휴일을 제안했다고 밝혀진 직후인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10월 1일 임시공휴일 지정, 한일합병된 191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것은 우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권을 상실했던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1910년 10월 1일에 조선총독부를 설치했다”며 “이때부터 용산에 주둔하던 일본군이 공식적으로 식민지배군이 된 것”이라고 적었다.
강 의원은 이번 임시공휴일 제안이 ‘졸속 지정’이라며 역사적 의의도 고려하지 않고 민간과 기업에 미치는 여파도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곧 다가올 9월이 추석이고 10월에는 3일 개천절, 9일 한글날 등 공휴일도 많은데 이렇게 급하게 샌드위치식으로 공휴일을 지정해 버리는 것이 진정 소비진작, 기업부담에도 효과가 있는가”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헌법은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는 만큼 국군 시작은 1948년 이후보다 1919년 이후로 독립군들이 무장투쟁을 활발히 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찾는 것이 헌법 상 타당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강 의원의 이러한 글에는 휴일이 줄어들까를 우려한 누리꾼 일부가 강 의원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몇몇 언론의 기자들에게서는 “직장인으로서 추가되는 공휴일은 언제나 환영이다, 결정이나 빨리 하라”며 의미를 신경 쓰지 않겠다는 글까지 나왔다.
물론 강 의원 측은 이러한 반응을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인데 일각에서는 강 의원의 의견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0월 2일의 임시공휴일은 주말과 국경일을 직접 연결하는 월요일에 지정됐지만 이번 국군의 날의 경우 직접 연결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평일이 끼어있는 샌드위치 식이기 때문에 경직된 문화가 팽배한 직장의 경우 사원들이 연차를 사용하면서 상급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얼마든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물론 허용된 연차를 스스로 사용한 것이지만) 연차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의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 등을 느낄 수 있기에 직장문화에 그리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또 역사적으로는 1956년 9월 21일 대통령령 1173호에 의해 제정된 시기나 1940년 9월17일 중국 충칭에서 선언문을 내걸고 창설된 한국광복군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국군의 정통성 차원에서 이를 9월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가진다.
앞서 16대 국회였던 지난 2003년과 17대 국회 당시였던 2006년에도 ‘국군의 날 기념일 변경 촉구 결의안’이 발의된 바 있었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며 ‘없던 일’이 됐던 바 있다.
한편 임시공휴일을 제안한 국민의힘 측은 최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상훈 당 정책위의장을 통해 강득구 의원의 지적에 대해 ‘공상소설 수준의 망각’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는 “국군의 날은 6.25 전쟁 당시인 1950년 10월 1일 대한민국 국군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해 북한으로 진격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우리도 그 의미를 살리고자 임시공휴일 제안을 했다”며 강 의원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 괴담 선동 정치는 중단하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