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이른바 ‘친일식민사관’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전국 각지에 설치됐던 독도 관련 홍보물들이 철거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의 수도권 지방정부에서는 이 현상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정부여당의 친일적 행동에 대한 비판들이 여론의 힘을 받고 있는 만큼 당분간 독도 및 친일사관 등과 관련해 정치적 내홍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미지도 더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29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성남시는 국민의힘 소속인 신상진 성남시장 취임 후인 2022년 말부터 성남시가 관내 주요 장소 등에 송출했던 독도 홍보물 영상을 송출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고 성남시에 우려를 표명했다.
성남시는 신 시장 취임 전 시점까지는 ‘독도 실시간 영상관’이라는 제목으로 시청 1층 로비와 수정·중원·분당구청, 48개 동 주민센터 등 청사 52곳에 설치한 영상 송출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독도 모습을 모니터 화면으로 보여줬었다.
성남시의 이 송출작업은 성남시가 2011년 6월 울릉군과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KBS가 울릉군 관할의 독도에 실시간으로 영상 송출 시스템을 구축한 2012년 10월부터 KBS의 영상을 전송받아 보여주는 방법으로 이어져 왔다.
물론 이러한 송출작업에는 인터넷 회선 사용료와 영상수신료 등 연간 2,6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기는 했으나 성남시 전체 예산 3조 5천억 원 규모를 감안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의 수준이어서 나름대로는 시민사회에서 지지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신 시장이 취임 후 5개월여 후인 지난 2022년 12월 말 이를 강제로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인 김병주 의원(경기남양주을)은 “안그래도 KBS의 독도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는 시설이 전국 곳곳에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곳 성남시청도 그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는 ‘독도마저 일본에 상납할 셈이냐’는 식의 비판이 나오는데 성남시도 이같은 움직임에 함께 하는 것”이라며 “독도 영상 송출을 즉각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성남시는 이러한 의혹제기에 대해 “독도 영상이 단조롭다 보니 10년간 이를 본 시민들의 관심도가 저하되고 관련 시스템도 노후하다보니 중단한 것으로 독도 홍보물 지우기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런데 신 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산적한 민생법안을 두고 정략적,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성남시청을 방문해 지방자치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들 전반이 우려하고 있는 현 정부의 친일사관 의혹을 ‘정치적’이라고 받아친 것으로 신 시장의 기자회견은 향후 성남지역 시민사회 등지에서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 물론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 역시 국민의힘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의 취임 후 인천지역 주요 지하철역 등 주요 장소에 설치됐던 독도 관련 홍보물들이 전면 철거되는 등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 시장 역시 윤석열 정부의 친일사관 의혹에 뜻을 함께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
특히 최근 인천교통공사는 2015년 인천1호선 간석오거리역에 설치됐던 독도 포토존을 시민사회 등에 알리지도 않은 채 지난해 4월 철거한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는 상황.
이는 최근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가 발견하고 성명을 냈다. 평복연은 공공기관이 당치도 않은 핑계를 대면서 시민들에게 홍보되는 독도 정신을 철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그러자 인천교통공사 측은 인천2호선 석남역에서 인공화단에 불이 난 것을 계기로 역사 내 화재 위험성이 있는 것들을 철거하면서 자연스럽게 철거한 것으로 현재 독도 관련 논란과 무관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인천1~2호선 곳곳에 있는 인공화단 24개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설치된지 10년 가까이 된 독도 포토존도 함께 철거했고 다만 재외동포청이 근처에 있는 센트럴파크역에 독도 홍보물을 설치할 계획을 올해 초 세워뒀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평복연은 이 계획에 대해 “철거가 논란이 되자 급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해명처럼 독도 포토존을 재설치할 계획이었다면 그 자리에 바로 설치되었어야 했지만 1년 4개월이 지나 지역사회 비판과 언론취재 등이 시작되자 안팎의 질의가 쏟아지자 급조한 답변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지하철 역사의 홍보물이 화재 예방을 위해 방염필름으로 설치되는 것과 홍보용 TV도 함께 철거하고 철거에 대한 핑계로 전혀 성격이 다른 인공화단을 언급한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
평복연은 “인천시의회가 이 철거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고 공사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관련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남과 인천 외에도 역시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 관할인 서울지역에서도 최근 서울지하철 3개역과 전쟁기념관 등에서 독도 관련 홍보물이 철거돼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분히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친일식민사관을 따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인천지역의 한 시민활동가는 “지자체들로서는 없던 서류도 만들어서 얼마든 다른 핑계들을 댈 수 있고 이는 사실 이제 모든 국민들이 안다고 봐도 된다”며 “대중들의 우려가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정부만 귀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지역 국회의원(연수갑)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서 “지하철 역사와 전쟁기념관에 설치되어 있던 독도 조형물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은 우려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친일 굴종외교와 역사 지우기에 남은 것은 독도를 팔아넘기려는 우려도 나오는 만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