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인하대는 이번결과는 3일부터 5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시, 야마구치(山口)현 하기(萩)시, 시모노세키시에서 조선총독부 관변사학의 뿌리를 추적하는 현지조사의 성과다고 밝혔다.

인하대에 따르면 히로시마는 동학혁명 때 청일전쟁의 총사령부인 대본영(大本營)이 위치했던 곳이다.

시모노세키시는 청국의 패배 후 1895년 이토 히루부미와 리홍장이 강화조약을 체결한 도시이다.

하기시는 야마구치현의 북쪽 동해에 접한 시골도시로 명치유신의 핵심 지도자들을 배출한 지역이며, 현 일본 아베총리를 지지하는 우익세력의 정신적 고향이기도 하다.

이번조사는 한국사를 반도사로 축소시키고 정체성론, 타율성론 등 자포자기적인 자의식을 한민족에게 이식하려 했던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 역사관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함이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11명의 박사급 전임연구원, 김연성 소장과 복기대 인하대 교수는 유적지, 박물관, 사료실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돌아왔다.

이번 조사에는 특별히 초대 통감시절 한국유물과 사서를 무단 반출한 것으로 알려진 이토 히루부미의 역사관 계보를 추적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현지에서 수집한 사료를 열흘간 정밀 분석한 결과 일제 관변사학의 정치적 기원이 되는 인물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과 이토 히루부미가 부각됐다.

하기시 쇼인신사의 박물관인 지성관(至誠館), 요시다 쇼인 역사관과 이토 히루부미 자료실에서 공개한 사료검토를 통해 기존 명확치 않았던 일제식민사학 계보가 밝혀졌다.

특히, 지성관에서 조사단은 “일본은 세계사에서 유일하게 만세일계의 황통을 지켜온 나라이므로 일등국이 돼야 한다”는 요시다의 친필 편지 내용을 발견했다.

요시다 쇼인이 우월주의 신국(神國) 역사관의 중심인 미토학파(水戶學派)를 계승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실증하는 사료도 다수 확인했다.

한편 이들 박물관 측은 조사단의 자료 사진촬영 요청을 거절하며 민감하게 대응했다는 후문이다.

요시다 쇼인은 청일전쟁 당시 조선군 제1사령관을 지낸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그리고 명치유신 정부의 실세였던 이토 히루부미의 스승이다.

요시다 쇼인은 1830년 출생해 대대로 군사학사범을 하던 가업을 이어 11살의 어린나이에 영주로부터 군사학 교관으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병학(군사학)에서 시작해 국수주의 미토학파의 영향을 받아 고대사서에 심취한 요시다 쇼인이 주목한 것이 ‘일본서기’와 ‘신황정통기’의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이었다.

군사학에서 역사왜곡은 정보심리전의 일환으로서 종종 자행되는 작전이다.

따라서 요시다 쇼인의 역사관이 제자 이토 히루부미를 통해 초대 테라우치총독에게 계승됐고 테라우치가 반출한 사료 일부는 아직도 아마구치현립대학에 남아 있다.

지금도 일본 우익사학자들이 신봉하는 신공황후의 신라정벌 기사에 의하면 서기 369년 이후 일본의 식민통치기관이 한반도 남부를 200년간이나 지배했다는 것이다.

한국학계 일부에서는 가야가 임나라는 일본학계 주장을 수정한 학설로서 임나 외교사절설을 인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다른 학자들과 북한 고대사학계는 같은 목소리로 임나는 대마도이거나 규슈 북부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일본서기’ 숭신천황기 65년조 기록에 보면 임나의 북쪽은 바다에 가로 막혀있다고 했으므로 한반도의 가야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인하대 연구팀은 요시다 쇼인이 한반도를 식민지배하자는 정한론(征韓論)에 이어 만주와 대만 등으로 팽창을 꿈꾼 출발점이 다름 아닌 왜곡된 임나일본부설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일관계사 전공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남창희 교수는 “한일 우호관계 진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본 우익정치인의 망언이 왜곡된 역사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김연성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에 관심을 표명한 시점에 이번조사를 실시해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복기대 교수는 “하기시 조사출장이 세 번째인데 지난 10년간 일본 정치권이 우경화되는 것과 동시에 요시다 쇼인 유적이 성역화되는 것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현지조사팀원들은 “학계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구축을 위해서 정부에서 왜곡된 고대사 주장부터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