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청사 전경 (사진=미추홀구)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건립된 지 53년이 지난 기존 청사의 노후화 등을 이유로 신청사 건립을 ‘숙원사업’이라고 주장했던 미추홀구의 계획이 중앙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최근 이영훈 미추홀구청장이 한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숙원사업이라 주장하며 ‘내후년 착공 목표’를 내세웠던 걸 감안하면 이 구청장이 제대로 자존심을 구겼다는 지적은 아무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의뢰해 2월 타당성 조사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진 구청 신청사 건립계획은 이날 제2차 행안부 중투심에서 반려 처분됐다. 이에 따라 신청사 계획은 사실상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행안부는 현재로서는 자세한 사항을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나 타당성 조사 결과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에 반려 처리했다는 짧은 입장만을 전해왔다.

미추홀구 신청사 계획의 반려 가능성은 정황 상 어느정도 점칠 수 있을만한 부분이 있었다. 타당성 이전에 재정계획 등이 확실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이 계획이 바뀌고 틀어지는 등 원활치 못한 과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

현재 계획 기준으로 미추홀구는 ‘2026년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했다는 신청사 건립(현 청사 바로 옆 현 미추홀구 청소년수련관 부지 숭의동 131-6에 지하1층-지상9층 계획)에 최소 1천억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재정확보 방안과 관련해 정부 교부금과 인천시로부터 보조금을 일부 받고 구 자체 기금을 활용하면서 여기에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식을 더해 사업비를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세수펑크’ 등 재정 건전화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준 끝에 현재 미추홀구에 내려주고 있는 지방교부세는 지난해 303억 원에서 올해 224억 원으로 급감했다.

또 구가 언급한 자체 기금 역시 현재 약 11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공공재원으로 신청사 건립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연일 있어왔는데 행안부의 중투심이 다각도로 심사를 하는 만큼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런데 사실 미추홀구의 신청사 건립계획은 현 이영훈 구청장 전인 민선 7기 김정식 전 구청장서부터 있긴 했었는데 당시에도 미추홀구는 자체기금 등 공공재원으로는 건립이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현 미추홀구청사는 1969년 당시 인천교육대학교(현 경인교대)와 교대 부설초등학교가 사용하다가 경인교대가 1991년 계양구로 이전하면서 미추홀구가 청사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건물 자체가 노후해 일각에선 신청사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왔었다.

이에 당시 미추홀구가 일종의 ‘자구책’으로 마련한 방안은 청사 부지에 민간 건설사를 데려와 여기에 그들이 아파트 및 상가 등 수익시설을 짓게 만들고, 여기서 생기는 개발이익으로 신청사를 건립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신청사 건립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과 포스코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교보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하는 등 추진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계획이 발표된 직후 시민사회진영에서 ‘공공부지로 민간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며 논란이 꽤 컸다.

당시 시민사회의 지적은 약 4만 3천㎡ 규모의 청사 부지 대부분을 수익 목적으로 사용하는 계획이라면 민간건설사에 특혜가 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미추홀구의회 등에서도 같은 의견으로 반대 및 우려의 지적들이 나왔던 것.

결국 2022년 6월 당선된 이영훈 미추홀구청장은 신청사 건립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밝히면서 이렇게 당시의 계획은 전면 백지화가 됐고 이후 구는 공공재원 중심으로 건립하겠다는 현재의 방향을 제시해 추진 중이었다.

이영훈 구청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청사 건립은 우리의 숙원사업”이라며 “2026년 건립을 목표로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왔는데 불과 며칠도 채 되지 않아 행안부에서 반려 처분을 한 만큼 제대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또 정치적으로 보면 신청사 계획이 구청장 입맛에 따라 왔다갔다 했던 부분이 있었던 만큼 청사의 건립 여부 및 방향 등을 ‘지역사회가 제대로 동의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하지 않는다면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주민 김모씨(50)는 “신청사를 추진하는 곳은 미추홀구 말고도 인천시 등도 있을텐데 인천시 역시 지난 박남춘 전 시장과 현 유정복 시장의 입맛에 따라 청사 계획이 계속 틀어지고 시·구의원들도 ‘계획 상’이 아닌 ‘본인 소속 당’에 따라 찬반 의견을 내는 등 여러 모로 적절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청사 짓는 걸 세금 낭비로 보는 시민들의 전반적인 시각 역시 정치인들이 시민들에게 뭐라 할 게 아니다, 사실 그런 시선은 이들 지역 정치인들이 자초한 꼴”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전해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