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와 남동구가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반대여론이 심각한 남촌일반산업단지(이하 남촌산단) 조성사업에 대해 주민단체가 공식 성명을 내고 시의회에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이미 남촌산단 조성과 관련해 해당 지역구(남동갑)는 물론 영향권에 있는 인근 지역구(남동을·연수갑)의 국회의원 전원이 산단 조성이 시급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현재까지 인천시 등의 자세가 전환되지 않은 만큼 반발여론은 향후 더 극심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남촌·도림동 주민 및 인천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남촌산단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28일 인천시의회 제295회 마지막 일정인 5차 본회의에서 도시관리계획(용도구역:개발제한구역-이하 GB) 변경안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17일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 변경안 원안이 그대로 통과돼 본회의에 상정됐다”고 전했다.
대책위가 언급한 건교위 상임위 회의는 현재 인천시의회 인터넷방송 다시보기로도 확인 가능한데(건교위 17일 일정), 당시에는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견청취’가 있었는데 당시 의회 내에서도 특별한 반대 분위기가 있지 않았었다.
다만 정이섭 건교위 수석전문위원이 현재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로부터 강한 반대여론이 있고 인근 구월2공공주택지구도 예정돼 있다는 점을 짚어 “분진 및 소음 등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심한 업무추진이 필요하고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의견 적극 반영해 친환경적으로 산업단지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정도만 비췄다.
그 외엔 “관련규정을 위반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이견은 없다”는 것이 전부였으며 의원들의 질의 역시 박종혁 의원(부평6, 민)만이 “업종제한이 어떤 것들이 있느냐”고 물은 것(답변은 발암물질 및 비산먼지 발생 등 업종들은 모두 제한했다는 내용) 하나밖에 없었다.
이어 건교위는 “개발제한구역 중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은 해제하는 것으로 동의한다”며 이를 ‘원안 가결’로 통과시켰는데 사실상 의회 내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친 의견들이나 질의 및 자료요구 등이 전혀 나오지 않은 셈이다.
사실상 시의회는 28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를 별 문제삼지 않고 통과시킬 것이 자명해 보이지만 정작 남촌산단 조성과 관련된 지역구 및 인근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은 4월 당선자 신분이었을 당시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산단을 시급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인천시의 생각 재고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박찬대(연수갑)·맹성규(남동갑)·이훈기(남동을) 당선자들은 공동입장문을 내고 “시는 환경 피해 우려, 주민 수용성 확보, 변화된 도시 여건 등을 고려해 남촌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보다 신중히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당선자 중 박찬대·맹성규 2인은 21대 국회 당시에도 국회의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 사안을 장기간 지켜봐오면서 주민 및 전문가들의 의견도 경청해온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반대 여론과 의견 및 논리 등에 힘을 보태주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교위가 제대로 된 질의와 논의, 토론조차 없이 이를 통과한 것은 지적될 만한 사항인데 (조만간 후반기 의회 원구성이 변경되긴 하지만) 27일 현재 건교위 소속 의원들 중 남동구가 지역구인 경우는 이인교 의원(남동6, 국) 한 명이며 그마저도 만수동 일대가 지역구라서 사실상 남촌산단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
특히 건교위 소속의 야당 의원들은 부위원장인 조성환 의원(계양1)과 김명주(서구6), 박종혁(부평6)인데 이들의 지역구를 감안하면 자신들의 지역구가 아닌 남촌산단에 대해 뚜렷한 찬반 의견을 내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남촌산단의 사안을 건교위가 다루면서도 이를 비교적 무겁게 생각하지 못했을 배경도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대책위는 4년여 간 주민들이 이미 발암물질이 나오고 있는 산단 예정지 인근 시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지속했음에도 인천시와 사업주체(남촌스마트밸리개발(주))는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그간 사업주체는 산단 조성에 입주업종 제한과 신규 위험을 줄이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었다”고 했는데 사실상 17일 건교위에서 인천시 관계자들이 박종혁 의원의 질의에 간단히 답변한 내용을 주민들에게 반복해왔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책위는 28일 본회의에서 상정될 남촌산단 그린벨트 해제를 통과시키지 않는 결정을 내려 시민을 대변하는 시의회가 시민의 건강을 우선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시의회에서 이를 통과시킨다면 우리는 반대의견을 표명했던 남촌산단 조성예정 지역 국회의원·시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대책위가 언급한 건교위가 ‘원안 가결’로 통과시킨 변경안은 남촌산단 조성을 목적으로 인천 남동구 남촌동 625의 31 일대 약 26만㎡(산업시설용지 약 12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개요는 이 골자 그대로이지만 그간의 사업과정은 내용이 꽤 복잡하다. 과거 남동구는 산단 조성을 목적으로 산업은행, 현대엔지니어링 등과 ‘민·관합작 특수목적법인(SPC)’ 성격의 ‘남촌스마트밸리(주)’를 설립했다.
그런데 2020년 6월 남촌스마트밸리가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남촌산단을 조성 운영할 포름알데히드와 카드뮴, 비소, 벤젠 등 1급 발암물질 4종이 위해지수를 최대 50배까지 초과할 거라는 예측자료를 작성한 바 있었다.
그러나 남촌스마트밸리는 인천시와 남동구, 연수구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게 하는 주민의견 청취 자료에는 이들 발암물질 모두를 위해지수 이하로 예측한다는 내용을 올려 관계기관에 허위보고를 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큰 문제가 됐다.
때문에 남촌·도림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남촌스마트밸리의 이 같은 허위보고에 대한 반발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는데 이러한 과정을 모를 리 없는 인천시와 남동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론들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듯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지난해 11월 경 감사원이 산업은행이 집행한 정책자금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하던 중 남촌산단 관련 부분에 대해 수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감사원은 산업은행의 정책자금 운용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시 감사원이 포착한 부분은 산업은행이 남촌산단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SPC에 지분을 투자했는데 산은 내 정책자금을 활용했다는 투자에서 감사원이 문제를 발견했다는 것.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정확한 내용은 밝혀지진 않았다.
그러자 대책위는 SPC의 지분구조가 그간 알려진 바로는 공공이 50.1%인(남동구 35.1%, 산업은행 15%, 원일아이디씨 35.2%, 현대엔지니어링 등 4곳 14.7%)로 알려져 있었으나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며 감사원의 포착도 사실상 같은 내용일 거라고 보고 있다.
35.2%의 원일아이디씨가 외연으로는 남동구보다 불과 0.1% 차이로 단일 최대주주로 나타나 있지만 실제로는 산업은행의 지분 15%도 행사할 수 있는 50.2%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라는 게 당시 대책위 측 주장이었다.
만약 대책위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SPC는 민간 영역에서 64.9%의 의결권을 가진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다면 이를 민간주도의 사업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만큼 문제가 적잖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대책위와 주민,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도 인천시가 정말로 남동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감사원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업을 일단 중지시키고 석연찮은 결과들을 모두 털어낸 다음 해도 늦지 않다는 것.
대책위 등은 인천시와 남동구가 감사원의 감사 진행사항을 사실상 무시하면서까지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남촌산단의 조성 목적이 ‘공공개발의 탈을 쓴 민간업자 배 불리기’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