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의 20일 회의 모습 (사진=인천시의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행정안전부 소관 법정단체’라는 이유로 중앙 및 지방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도합 100억 원 넘게 받아오고 있는 한국자유총연맹에 대해 인천시의회가 애써 배려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그간 민간경상비보조 및 법정운영비보조 등 인천시가 추진할 수 있는 지원 근거가 있었던 데다 최근 자유총연맹이 정관수정 등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만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 배려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일 상임위회의에서 박창호 의원(비례, 국)이 대표발의한 ‘한국자유총연맹 지원 조례안’을 별다른 질의응답 없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해당 조례안은 ‘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자유총연맹이 진행하는 홍보 및 교육사업 등 제반 목적사업 전반에 대해 인천시가 공적재원 등을 지원하고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은 해당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나 이 조례를 인천시의회가 별다른 검증이나 질의도 안 하고 통과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자유총연맹은 행안부 소관의 법정단체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으나 그간 이들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이들이 정치적 형평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다음해인 지난해 초에는 ‘정치적 중립’의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정관 수정을 했고 뒤이어 극우 성향의 유튜버 등을 자문위원 등으로 위촉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행위들을 연달아 자행하는 등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 현 자유총연맹의 현실.

이른바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지고 있어 연일 질타를 받는 단체에 대해 ‘국민의힘 과반’의 인천시의원들이 ‘법정단체’라는 이유로 조례를 들이밀어 인천시에 자유총연맹의 지원을 강제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논란의 소지도 다분하다.

문제는 또 있다. 이렇게 지원 조례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이미 자유총연맹은 인천시의 지원을 ‘다른 근거’로 받고 있었던 것. 따라서 해당 조례가 상임위에서 다뤄야 할 정도의 필요가 과연 있었느냐는 ‘추가적인 지적’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그간 자유총연맹은 ‘민간경상사업보조’와 ‘법정운영비보조’의 명목으로 시로부터 계속 보조금을 받고 있었다. 

2018년 약 2억 5천만 원 가량이었던 보조금 규모는 올해 3억 6천만 원 정도로 급증했으며 이는 올해 행안부가 보조했다고 밝혀온 2억 원 규모보다 훨씬 많다. 즉, 지방정부인 인천시가 국가보다 더 나서서 보조해준 꼴이다.

게다가 자유총연맹은 전국 지부들을 합해 올해 약 140억 원 가까운 보조금을 국가 및 지방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밝힌 대로 복지·교육 영역의 예산이 부족해 학교 펜스시설 하나조차 제대로 설치할 돈이 없는 현실과 비교하면 자유총연맹이 받는 보조금은 ‘좀 지나치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

어차피 조례 없이도 ‘분에 넘치는 수준’의 보조금을 지금도 받고 있는 자유총연맹을 ‘배려’하겠다며 ‘불필요한 조례’를 만들기 위해 ‘시민 혈세’로 의정활동을 하는 시의원들이 굳이 나설 이유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국민의힘 과반’이 뚜렷한 이번 9대 시의회에서는 정해권 의원(연수1, 국)이 법정단체도 아닌 ‘해병대 전우회’를 위한 지원조례까지 만드는 등 특정 단체만을 배려하는 지원조례들을 남발하고 있어 시민사회진영으로부터 더더욱 질타를 받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아무리 자유총연맹이 ‘법정단체’임을 강조한다 해도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조례가 비록 ‘의무’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조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의원들이 ‘근거’라고 밝히는 관련법의 내용 역시 ‘할 수 있다’라고 적시한 것으로 ‘의무’는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법령이 ‘의무화’가 아니기에,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전국 지자체들이 자유총연맹에 보조를 해주는 근거는 경상비 및 법정운영비의 지원 내용이며 이 역시 전혀 부족하지 않은 상태다. 즉 지원 조례를 만드는 게 ‘의무사항’도 아니란 얘기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현재 자유총연맹에 보조금을 내려주는 것은 이미 관련법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지원 근거가 있으므로) 행안부에서 별도의 지원 지침 같은 것을 내릴 필요가 없고 실제로 지침을 따로 내린 적도 없었으며 과거에도 그랬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경우 비록 조례 심의 과정에서 별반 이의가 있다는 식의 입장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시 내부에서만큼은 조례의 필요성을 굳이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시 관계자는 “자유총연맹 측에서 우리 시에 이런 조례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도 아니고 (조례안이 올라온 뒤) 집행부 입장에서도 이게 과연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자유총연맹이 어쨌든 상위법에 따른 지원을 받는 법정단체이고 이 조례 역시 관련법을 근거한 것이고 특별히 위배되거나 한 것이 아니어서 공직자들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시로서는 조례를 따로 만들었다고 해서 (이전의 경상비 등 근거의 지원과 비교해) 지원규모가 별반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조례가 우리 시에서 개입해 만든 것도 아니다 보니 특별히 해명할 사항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국민의힘 시의원들로 인해 인천시 공직자들이 ‘작업에 개입하지도 않았고 생각조차 없었던’ 내용의 조례를 인지해야 하는 셈이 된 만큼 ‘비판의 지점’은 한두 군데가 아닌 상황.

과거 자유총연맹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고 밝힌 한 시민은 “현재 새마을운동 지원조례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다 있는데 그러다보니 자유총연맹 측도 전국적으로 조례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런 배경도 어느정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