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사 전경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주민 의사와 지역적 특성에 맞춘 치안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구성되는 ‘자치경찰제도’가 퇴직 경찰들의 일자리 코스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논평을 내고 “인천시가 조만간 출범시키려는 제2기 자치경찰위원회가 퇴직경찰이 과반을 넘는다”며 “그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한진호 전 국가정보원 제2차장을 2기 자치경찰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이를 포함해 지난달 총 7명의 자치경찰위원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17일 임명될 계획이다.

한 내정자는 24기 경찰간부후보생 출신으로 인천지방경찰청장(계급 치안감)을 거쳐 서울경찰청장(계급 치안정감)까지 오른 바 있는 경찰조직에서는 소위 ‘진골’에 해당되는데 참여정부 이후 경찰공직에서 퇴임한 ‘퇴직인사’라 지역사회에서 임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또 한 내정자를 초함한 2기 자치경찰위원 구성은 박준길 전 경찰청 정보국 정보2분실장, 조정필 전 인천중부경찰서장, 정승용 전 인천경찰청 1·2·3부장으로 구성돼 한 내정자를 포함하면 7명 중 퇴직 경찰이 4명이다. (아래 표 참고)

인천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구성 변화 비교표 (자료제공=인천시, 인천평화복지연대)

 

물론 나머지 3명은 김수진 인천대학교 법학부 교수, 김진택 전 인천시 자치행정국장, 김문종 변호사로, 비경찰 출신 인사이기는 하다.

그러나 위원회 조직에서 위원장의 자리는 지역 소통을 위해 비경찰 출신 인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방향을 적절하다고 보는 걸 감안하면 위원장부터 퇴직경찰 출신 인사를 앉히겠다는 인천시의 의도는 비판의 지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 출신 인사가 과반이라는 점을 악용해 사무국장의 자리마저 퇴직경찰에 해당되는 인사를 위원장 권력으로 앉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 실제 평복연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부분을 상당히 우려한다는 후문이다.

1기 인천시 자치경찰위원회에는 퇴직경찰 인사가 사무국장의 자리만 꿰찼을 뿐 인권운동가와 교수, 교사 출신 인사들도 비중에 뒀던 부분을 감안하면 퇴직경찰의 자리를 4개나 할애했다는 것은 위원회의 지역과의 소통 차원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농후하다는 의견들이 지역사회에서 나오는 분위기다.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자치경찰제도의 출범 취지가 경찰권력에 대한 시민의 견제와 지방분권 활성화 등에 목적을 두고 있는데 이를 감안할 때 인천시의 2기 위원회 구성은 우려스럽다는 것.

실제 경찰조직 내부에서 들리는 여러 전언들에 따르면 전국의 자치경찰위원회가 퇴직경찰들이 이른바 ‘군침’을 흘릴만한 자리로 자주 거론된다는 이야기들이 있기도 했었다.

인천도 마찬가지지만 통상적으로 자치경찰위원회 활동을 위한 자격규정에는 최근 3년 간 특정 정당의 당적소속 및 활동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는 자치경찰위원회의 목적을 정치적 의도로 퇴색시키지 못하게끔 규정을 둔 것이다.

그런데 위원회 활동에 적합하지만 당적 문제로 자격이 되지 않는 인사들이 상당수 있었고 이 때문에 적합한 비경찰 출신 인사를 임명하기가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하자 경찰 내부에서 퇴직 및 예정자들 중심으로 이 위원회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만약 이러한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주민의 의사와 지역적 특성에 맞춘 치안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구성된다’는 자치경찰제도가 결국 퇴직경찰들이 장악할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

최근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 6대광역시의 자치경찰제도 현황에서는 아직 구성과정을 밟고 있는 대구를 예외로 했을 경우 부산을 제외한 다른 도시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꽤 있는 상태다.

현재 2기 자치경찰위원회 중 인천과 대전이 이미 퇴직 경찰이 과반이 넘었고 과반까지는 아니지만 울산과 광주가 전체 7명 중 3명을 퇴직경찰 출신 인사들을 앉혀 놨다. (아래 표 참고)

전국 6대광역시 2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현황 (자료제공=인천평화복지연대)

 

울산과 광주 역시 사실상 ‘과반 직전’ 수준의 인원을 퇴직경찰 출신으로 앉힌 만큼 사실상 위원회 내에서는 가장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산이 이보다는 적은 2명이긴 하지만 이런 문제가 안 생기리라는 보장은 없는 상태.

그러다보니 평복연 등 인천의 시민사회진영 내부에서는 이미 퇴직경찰이 과반을 장악한 2기 자치경찰위원회가 위원장과 사무국장(상임위원) 모두 퇴직 경찰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명한 한 내정자는 현재 인천시의회의 인사간담회 절차만 남겨두고 있고 사무국장은 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하기 때문에 전체 7명 구성 중 4명의 퇴직경찰들이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한 내정자가 유 시장과 같은 제물포고등학교 동문이다 보니 일종의 ‘동문라인’이 가동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는데 이미 시민사회진영 여러 곳에서 이런 부분도 문제라며 짚은 바가 있기도 했다.

결국 이를 감안하면 인천시의 자치경찰위원회는 ‘특정 라인의 농단’으로 결국 ‘퇴직경찰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해지는 상황이다.

평복연 관계자는 “이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은 추후 ‘부실운영’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런 문제들이 가시화된다면 결국 유 시장이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