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iH) 청사 전경 (사진=iH)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내부 검토하고 있는 남동구 소재 인천도시공사(iH)의 사옥 이전 문제에 대해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다. 

관내 공공기관이 주는 경제적 효과를 확인했다는 남동구 주민들은 아무래도 반대 여론이 많은데 서구 등 다른 주민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지어지는 복합청사에 iH 정도의 기관이 이전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2일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한창인 지상 13층 규모의 루원시티 복합청사가 내년 여름께 준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 내부에서는남동구 만수동(남동구청역 인근)에 2003년부터 소재해 있는 iH를 복합청사로 옮기는 안이 내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청사는 약 1만 5천㎡ 부지에 앞서 언급대로 지상 13층(지하 2층-주로 주차장 등) 규모로 건립 중인데 현재로서는 내년 7월이 준공 예정 시기다.

시는 당초 이 청사에 인천연구원과 인재개발원, 인천관광공사 등 유관 기관들의 이전 계획을 잡아놨었으나 최종적으로 백지화됐고 실제 인천관광공사는 송도 관련부서 일부를 제외한 전 부서가 조만간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는 중구 8부두 상상플랫폼으로 사옥을 완전 이전하기도 했다.

따라서 예상보다 복합청사의 공실률이 커지게 되자 인천시가 iH 등의 기관들을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수순화된 상황.

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전 등 제반비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의 문제와 iH가 기관 특성 상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 중 하나인 데다 만약 이전을 확정한다면 떠나고 남은 유휴건물의 활용 방안 등도 세워야 하는데 이 모두가 아직 얘기도 안 나온 상황이기 때문.

다만 이렇게 이전이 검토된다는 얘기가 인천시 안팎으로 흘러나와 만수동 인근 주민들에게까지도 소식이 들어갔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나타난 통계는 없지만 주민 대부분은 반대의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195%로, 정부가 지정하는 ‘부채중점관리기관’에 근접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비용까지 부담을 해 가며 이전하는 게 맞느냐는 게 만수동 등 남동구 주민들의 의견.

참고로 ‘부채중점관리기관’이라 함은 전년도 결산기준 부채 규모 1000억원 이상, 부채비율이 200% 이상으로 재무적 위험도가 있다고 평가되는 지방공사 및 출자·출연기관에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는 제도로 지정을 당한 기관은 재무 및 부채관리계획 수립 및 이행실적의 대외공개 등이 의무화되는데 사실상 해당 기관으로서는 재정의 자율화가 막히게 된다.

더 쉽게 말하자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가 구제를 요청한 IMF로부터 민·관을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받은 경제 제재와 ‘비슷한 공식’으로 ‘기관이 국가로부터 제재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민선5기를 앞두고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후보(이후 민선5기 인천시장을 지냄)는 “인천시와 iH(당시 이름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수 조 단위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며 위기론을 내세워 당선됐는데 취임 후 iH의 재정상황을 열어보니 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 iH는 2019년에도 이전이 검토된 바 있었으나 인근 소상공인 및 주민들의 반대와 이전비용 등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검토가 중단된 바 있었다.

당시에도 인근 주민 등은 약 5백여 명에 가까운 iH의 직원과 방문객 등이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었는데 복합청사의 공실률도 걱정해야 하는 인천시로서는 고민이 큰 상황.

그렇다고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이전을 결정하기도 쉽지는 않다. 앞서 언급대로 iH의 부채비율은 자칫 잘못하면 행안부로부터 직접 관리(부채중점관리기관 지정)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상황에서 청사이전 비용과 조성비용 등을 생각하면 함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

현재 인천시는 만약 iH가 청사 이전을 확정하게 된다면 부지 비용 2천억 원에 건립비 등을 보태 총 3천억 원 내외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을 공사채 발행 없이 조달할 경우 부채중점관리기관 지정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데 청사 이전비용은 공사채 발행 대상이 아닌 만큼 iH가 자체 조달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지금도 ‘간당간당’ 수준인 부채의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된다.

iH 측 관계자 역시 “인근 주민들 반발은 둘째 치고서라도 청사 비용 등 조달에는 기존 사업의 분양 대금 등에서 활용하는 것이 주가 될 텐데 그렇게 되면 현금 유동성이 낮아디면서 공사의 다른 공공 개발사업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이전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iH의 실적을 보면 부동산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인해 각종 개발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신규 토지매각 등 실적도 급격이 줄어들면서 오는 2025년까지 부족한 현금만 4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복합청사의 공실률이 높아지면 지역경제 등에서 불리함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서구 등지의 주민들 중에는 iH의 이전과 관계없이 복합청사가 조성되는 만큼 공실률이 높을 경우 이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이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주체는 역시 ‘상위기관’인 인천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 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고민이 없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