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 내용을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의 알 권리’ 및 ‘재정 투명성’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당한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2일 시민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가 부설 운영 중인 ‘자치재정연구소(이하 ‘연구소’로 표기)’에 따르면 4월 11일 연구소 측이 인천시에 ‘지난해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서(안)과 첨부 서류’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인천시로부터 비공개 결정 통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지방자치법(제26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사무 처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집행기관의 조직, 재무 등 지방자치에 관한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한다’는 원칙이 적시돼 있다.
또 동법 제150조 제1항은 ‘출납 폐쇄 후 80일 이내 결산서와 증명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에 더해 관련법(지방회계법 16조 1항)에는 결산서 작성에 주민 이해를 전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적시 내용들을 감안하면 인천시가 회계결산 내용을 시민에게 공개 거부했을 경우 시민의 알 권리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점 등으로 큰 논란이 될 만한 상황이다.
시는 이러한 비공개 결정에 대해 회계연도 예산 및 재무회계 결산은 현재 인천시의회에서 10명을 선임한 결산검사위원으로부터 결산검사가 진행중에 있다며 확정되지 않은 결산(안) 공개 시 원활한 결산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이 단체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추가적으로 현재는 비공개 상태지만 시의회 결산 승인이 마무리된 후인 7월 5일 이후에는 홈페이지 공개하겠다는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유를 막론하고 인천시의 비공개 결정은 여러 논란을 불러올 만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지적인데 이 지적은 현행법의 적시 내용 등을 감안했을 때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연구소 측은 지난달 초에도 담당부서에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에 대해 대시민 공개 여부를 질의했지만 당시 시는 ‘시의회 승인 전에는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 이는 연구소 측이 ‘정보공개청구’를 결정한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시보다도 훨씬 상위기관에 해당되는 기획재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 차원 등을 감안해 지난달 11일자로 보도자료까지 더해 지난해 회계연도 국가결산 국무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발표한 만큼 인천시의 이같은 자세는 소위 ‘도의’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특히 기재부의 당시 발표는 감사원이 해당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안) 검사 및 국회 승인 전 단계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 등 차원에서 결산 결과를 공개했었다.
시가 시민사회진영을 상대로 비공개의 논리를 갖다붙인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상위 정부기관’도 재정 투명성을 정책방향화하는 마당에 ‘하위 지방정부’인 인천시가 ‘선’을 넘고 있는 셈이기 때문.
특히 이번 시의 비공개 결정은 ‘행정사무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 ‘2024년 인천광역시 예산(안)’의 개요 발표를 비롯, 매년 시의회 예산(안) 승인 전에 예산(안)을 시민에게 공개해왔다.
이 역시 시가 핑계를 댄 ‘확정 전’의 내용이지만 공개가 원칙이고 또 그렇게 해 왔었는데 이번에 시민사회에서 요구된 결산 내용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시는 알리지 않고 있는데 자신들의 유불리함에 따라 공개 여부를 채택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올 만하다.
더불어 인천시가 우려한다는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 초래’ 가능성은 결산과정보다 예산과정이 더 높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인천시의 변명이 궁색하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쓸 돈 즉 가치를 분배하는 과정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시선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행위’로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시의 예산 편성과 시의회의 심의 및 의결까지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연구소 측은 “이런 과정에서 예산의 공개가 시민의 알 권리 보장은 물론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은 광주(2010년), 대전(2010년), 울산(2018년)의 시민사회가 추진한 지방자치단체 예산서(안)공개 행정심판을 통해 누차 확인됐으며 인천시 역시 이러한 이유로 예산(안)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 결산을 통해 계획한 돈이 목적한 바에 맞게 쓰였는지, 예산의 낭비적 요소를 확인하는 등 다음연도 예산 편성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산 못지않게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라는 의견인데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연구소 및 평복연은 “인천시의 재정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 보장과 투명한 재정운영 촉구를 위해 시를 상대로 곧 행정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시정을 운영했던 민선6기와 이번 민선8기는 ‘불통행정’이라는 측면 때문에 시민사회진영과 끊임없이 대립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특히 민선8기에는 이런 점이 심화되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결국 시민사회진영과 ‘행정심판’이라는 큰 대립을 다시금 자초하는 형국이다.
연구소 측도 이를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인천시가 내부적으로 반성과 복기를 하고 회계연도 결산(안)을 투명히 공개한다는 자세로 전향하면서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소극행정을 탈피할 것을 강력하게 밝힌다”고 촉구했다.
이어 “시민의 알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 차원에서 결산(안)을 별도의 정보공개 청구 없이도 스스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