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중구 동화마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22일 집안을 정리하면서 다량의 헌옷을 내놓게 됐다. 그런데 주변 어디에도 의류 수거함이 보이지 않아 동 주민센터에 문의해 봤지만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한 그는 관할인 중구청 자원순환부서에 문의를 해 두 명의 공직자가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인의 주소를 알려준 뒤 가까운 의류수거함 두 곳의 소재지 주소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오전에 방문한 두 곳의 소재지에는 모두 의류수거함이 있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기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중구청의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해왔다.
기자는 혹여 A씨가 못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중구청 관계자들이 A씨에게 알려줬다는 두 곳의 주소에 방문해봤으나 A씨의 말대로 의류수거함은 없었다. 이에 기자가 담당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주민에게 알려준 소재지에 없었다,
약간 멀더라도 다른 소재지들을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10분여 뒤 구청 관계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이 확인해 보니 3월 25일자로 의류수거함 정비 일환으로 기존 수거함들이 강제 철거되기 시작해 4월 24일 현재 거의 모두 철거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A씨는 정리한 다량의 헌옷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했고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 관리인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건물 내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유휴공간에 잘 포장해 두도록 겨우 허락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에 기자가 중구청 홈페이지와 소식지 등에 사전에 의류수거함에 대한 공지가 있었는지를 찾아봤으나 찾지 못했다. 결국 A씨를 비롯해 의류 수거함이 필요했던 주민들은 소식도 모르고 헌옷을 갖고나와 A씨처럼 수거함을 찾아 거리를 헤매던지 아니면 기약 없는 기간 동안 헌옷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는 상태다.
최근 의류 수거함에 주민이나 외지인 등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서 환경이나 위생 등에 대해 좋지 않은 영향이 있었던 것은 분명했던 만큼 의류수거함에 대한 정비는 타박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중구청의 오락가락했던 행정 때문에 주민들이 더욱 혼동했다는 것이다.
만약 구청 담당자의 전언대로 3월 25일에 강제 철거 절차가 시작됐다면 현 관리업체에게는 최소 수 일 전에는 관련된 공문이라도 발송이 됐을 것이고 담당자는 이런 사실을 당연히 숙지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A씨나 기자가 문의했을 때 주소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 때문에 수거가 당분간 불가능해졌다는 안내를 먼저 해줬을 것이기 때문. 즉 담당자가 관련 절차 등에 대해 거의 숙지하지 못하고 잘못된 안내를 하면서 일종의 ‘직무유기’가 들통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담당 공무원의 잘못된 안내로 A씨가 수거함을 찾아다닌 시간은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으로 도합 4시간여에 달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시간이 금’이라고 했는데, A씨는 헌 옷을 들고 4시간을 거리에서 배회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의류수거함의 경우 다른 쓰레기나 재활용 수거와는 달리 별도의 위탁업체가 지역별로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관할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 등이 수거함의 실시간 상태까지 확인하긴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행정복지센터나 구청이 현황 파악마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될 만 하다. 게다가 수거된 헌옷은 어떻게 쓰이든 간에 ‘재활용’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원순환’에 대한 화두가 높아지는 현 시대에서 중구청의 행정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중구청 관계자는 “의류수거함을 좀 더 제대로 정비하자는 일환으로 신규 시스템 구축을 하기로 하고 관련 조례가 필요해 이를 발의하고 최근 중구의회의 심사도 통과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우리 구가 생각하는 시스템을 잘 운용할 만한 관리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등 절차가 좀 남아있는데 기존 수거함들이 모두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현재로선 공백이 생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의류수거함을 관리하고 시민들이 찾기 쉽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는 멀리 가지 않아도 인천 관내인 남동구에서 모범선례가 이미 있다.
남동구는 이미 지난해 여름 의류 수거함의 위도와 경도를 지도상에 표기해 주민들이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위치정보 시스템을 두 명의 주무관이 직접 개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 남동구 거주민 B씨(33)는 “그 주무관들께서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하니까 아주 막 편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수거함을 찾기가 꽤 쉬웠다”며 “잘하면 민원발급기 같이 주민들이 급할 때 정작 찾기 힘든 시설들을 찾을 때에도 응용이 될 것 같다”고 만족해하기도 했다.
결국 남동구와 중구의 동일업무 담당 주무관들의 ‘역량차이’가 여실히 나타난 사례로 어떤 시선으로 보면 중구 담당자들은 ‘창피’할 수도 있는 부분이고 앞서 언급대로 철거 상황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기자와 A씨에게 주소까지 안내했던 부분을 감안하면 중구 담당자들은 더욱 할 말이 없을 상황.
기자가 중구 담당주무관에게 “남동구는 그런 선례로 칭찬을 받은 케이스도 있더라”고 전하자 해당 주무관은 “찾아보고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역시 몰랐다는 얘기다.
‘의류수거함’이라는 크지 않지만 우리 생활 속에 가까이 있는 시설에 대해 시스템까지 개발해 가며 적극적인 행정을 보인 남동구의 담당 주무관, 그리고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한 중구의 동일업무 담당 주무관의 차이였다.
같은 인천시민인데 남동구 주민은 편히 위치를 찾아 헌옷을 처리했고 중구 주민은 3~4시간 동안 수거함을 찾았으나 허탕을 쳐야 했다. 행정력과 행정자세의 차이가 결국 시민들의 불편함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인천지역의 공무원들에게 이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