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시민 이용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한 인천 시내버스 노선들이 다시금 인천시의회에서 지적됐다.
다만 노선확충을 요구하는 시의원들이 정작 노선운행에 필요한 차고지 현안과 관련해 ‘지역 이기주의’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는 등의 부분은 다소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인천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나상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해당되는 산곡동과 청천동 등의 버스노선들을 언급하면서 “인천시의 버스노선 정책이 실제 시민의 수요에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대규모 주택개발지역에 대한 노선 신설 등을 강력 건의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에 따르면 1999년 인천1호선 개통 후 진행된 인천시 버스노선 대규모 개편은 2000년, 2009년, 2016년 2020년 총 4회였으며 2020년 이후에는 매년 부분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이전의 버스노선 조정 기간은 적정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라며 “잦은 개편이 물론 혼란 가능성도 있으나. 수요가 있음에도 노선 개편을 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함을 가중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인천시의 버스 행정은 현재 관내의 신규 아파트 조성과 입주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이전의 노선 운행을 전반적으로 고수한다”면서 “신규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의 불편이 연일 호소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아파트 건설은 2~3년 정도 걸리는데 그렇다면 인천시는 사전에 이러한 버스 수요 예측을 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해당되는 약 5천 세대 규모의 청천동 그랑힐스를 예로 들면서 “단지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그 단지 내에서도 역세권과 비역세권이 나뉘는데 단지 주변에 버스정류장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동네를 재개발한 곳이기에 도로가 좁다는 부분은 있지만 하다못해 지선버스를 연계하던지 하는 방법으로 주민들의 버스 이용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인천시가 보였어야 했다는 논리다.
나 의원은 이어 “산곡·청천동 고교생들이 관내 학교 중 십정동에 소재한 상정고에도 배정을 받아 통학을 하는데 십정동 방면으로 갈 방법이 없다”며 “주변은 103번 노선이 다니기는 하지만 통학 등에는 노선 형태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나 의원의 시정질문을 통한 지적은 인천시의 버스노선 형태가 전반적으로 굴곡이 심하고 일부 지역에 편중된 경향을 보이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나온 것으로 해석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차고지 미확보 등 여러 문제가 얽히면서 특정 노선을 ‘택배차량 이동’처럼 마구 돌리고 비틀면서 만들어지는 노선에 대해 ‘나무위키’에서는 ‘환장의 노선 배치’라는 표현도 나올 정도였다.
다만 이날 나 의원의 시정질문 전체가 적절하다고 보기엔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차고지의 문제다.
이날 나 의원은 “45번 버스 차고지가 현재 청천동에 있는데 주민과의 협의도 되지 않은 채 차고지 변경이 이루어졌다”며 “당초 효성동에 있었던 걸 재개발로 차고지가 변경됐는데 주민들은 아무런 설명도 못 듣고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버스의 과속 문제라던지 공회전으로 인한 매연과 소음피해 및 주변 혼잡이 야기되는 차고지 문제를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도 없이 변경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 의원의 주장대로 만약 인천시가 차고지를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면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인천시의 잘못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차고지 확보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강화와 영종 등을 제외한 인천 관내의 시내버스 ‘공영차고지’는 장수·서창·송도·동춘 4개소가 전부다. 4곳밖에 안 되는 곳에 입주하는 버스업체들이 무한정 늘어나지 못함을 감안하면 차고지 확보는 버스 운행에 있어서 절실한 상황.
여기에 인천의 경우는 공동배차에서 개별배차 시행 및 마을버스의 시내버스 전환, 그리고 신규 버스업체 등을 통해 신규 차고지도 더 필요하게 됐으나 상당수 부지들이 주거 등으로 개발되면서 마땅한 부지를 구하지 못했다.
혹여 구했다고 해도 일종의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여론에 막히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그렇게 차고지를 확보하지 못하며 버스들이 운행 전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는 탓에 드는 연료비를 시민 혈세로 퍼붓는 등의 상황도 이미 여러 언론들이 지적한 바 있다.
이날 나 의원은 스스로 유 시장을 향해 “버스는 300만 시민들의 발이자 생활의 일부분”이라면서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버스노선 운영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버스 운영에 필요한 차고지 문제 등에 대해 “무조건 우리 지역구에는 안 된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요청은 다소 ‘숙고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각 지역의 버스노선이 잘 운영되려면 차고지 해결도 필수요소이기 때문.
실제 이날 시의회 시정질문을 시청한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나오기도 했다. 나 의원의 지적과 요구사항이 ‘노선은 최대한으로 요구하지만 차고지는 싫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는 평가다.
시정질의를 시청했다는 한 시민은 “물론 주민들은 자기 지역에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있고 시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서 그런 요구들을 들을 것이기에 나 의원의 요구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분명 ‘님비’로 비춰질 수도 있는 요구인 만큼 ‘시의원’으로서는 적절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나 의원이 ‘주민과의 협의도 되지 않은 채 차고지 변경이 이루어졌다’고 했는데 차고지 문제를 주민과 협의하면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건 뻔한 부분 아니냐”며 “불가피하게 진행됐던 사항이 있다면 무조건 성토부터 하기 전에 나 의원 스스로가 주민과 시 집행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 하고 주민 이해를 구하면서 추후 유리한 약속을 받아내는 등의 ‘영민함’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 의원의 지적 등을 경청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신규단지 조성 등 교통환경 변화에 따라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수시로 버스 노선 조정을 하고 있으나 일부 미흡한 상황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동주택의 신규 입주계획 등 교통수요에 대한 사전분석을 잘 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