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 기자 간담회 모습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민선8기 출범과 함께 유정복 인천시장의 뒤를 받쳤던 정무 인사들이 지난해 이 정무직들을 던지고 총선에 뛰어들었으나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지역 정가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에 따르면 25일까지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 출사표를 던진 민선8기의 정무라인 인사들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한 명도 공천을 받지 못하고 연달아 낙오하면서 현재까지 ‘공천율 0%’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서는 주변 전·현직 정치인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상황에서도 경선에서 패배한 경우가 많아 이른바 ‘유정복 라인’의 상징성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의문이 제기될 지경이다.

실례로 25일 국힘 공관위가 발표한 1차 경선 결과에서는 부평갑 선거구에서 경합했던 유제홍 전 인천시의원이 유 시장 측 정무인사 출신인 조용균 전 인천시 정무수석을 제치고 공천권을 따내 오는 총선에서 타 당 후보들과 겨루게 됐다.

조 전 수석으로서는 이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 정유섭 전 당협위원장이 전국화물자동체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그에게 지역을 맡기겠다”는 식의 현수막까지 내거는 등 ‘간접응원’까지 하고 나섰으나, 정작 경선에서는 유 전 시의원에게 밀리면서 이미지를 구겼다.

당내 소장파로 평가되는 유 전 시의원이 시의원 이후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기는 했으나 야인으로 지내던 상황에서도 지역구 관리를 해온 데다 시의원 시절 펼친 서민중심 정책도 지역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을 통과한 유 후보 측에서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가 엿보인다. 지금의 상황이 유지된다면 향후 선거지형에서도 현재 상당히 유리한 지점에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공통된 평가다.

비록 부평구가 전반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평가되긴 하나 최근의 결과만 보면 그런 것도 아닌 상황인데 여기에 더해 현재 야권 후보들이 완전히 분열돼 있기 때문.

실례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유 시장은 부평구에서 박남춘 전 시장보다 근소하게 많은 득표를 했으며 인천시의회에서는 부평구 전체 6석 중 2석을 국민의힘이 석권한 통계가 이를 인증한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부평 출신의 노종면 전 YTN 기자를 ‘전략공천’의 카드로 꺼내들었으나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이성만 현 의원(무소속)이 여전히 도전의사를 꺾지 않으면서 현재로서는 민주당계가 받을 수 있는 표심이 갈라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개혁신당에서 문병호 전 의원이 부평갑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보수표 분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이 아닌 ‘인물’로만 보자면 문 전 의원은 민주당계 출신 인사였던 만큼 ‘단일 보수표’보다는 ‘양쪽 표’의 분산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커 보인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남동을 선거구에서는 조 전 수석처럼 역시 ‘유정복 라인’에 해당되는 고주룡 전 인천시 대변인이 경선에서 신재경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밀려 탈락했다.

고 전 대변인의 경우에는 같은 선거구에 도전하며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으나 일찌감치 컷오프된 바 있는 김세현 전 시 대외경제특보가 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음에도, 결국 패배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고 전 대변인의 고배는 무엇보다 그 자신을 MBC 특파원과 인천시 대변인, 대통령인수위 자문위원 등 주로 ‘중앙 경력 위주’로 홍보하면서 남동구 지역에 깊이 뿌리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에 원인이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지역신문 기자는 “MBC 경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역 기자들도 대변인을 하기 전까지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그렇다고 딱히 지역구를 위해 희생했거나 공헌했다는 등의 이미지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의외’라거나 할 결과 같지는 않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민선8기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지내며 연수을 선거구에 도전했던 김진용 전 청장은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과 민현주 전 국회의원과 함께 1차경선 레이스에 오르기는 했지만 그 전에 일어난 선관위 고발이 결국 발목이 잡혀 당 공천위로부터 후보 자격을 박탈, 사실상 ‘컷오프’와 같은 결과를 받고 말았다.

그는 지난달 6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9,800원짜리 더치커피를 제공하고 가수들의 공연을 무료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선관위의 고발로 이어졌다.

그러자 김 전 청장은 “커피는 당초 알려진대로 9,800원짜리가 아니라 유사제품이며 가격은 990원짜리로 영수증도 갖고 있고, 공연을 한 가수들은 연예인협회에 가입하지 않아 연수구선관위에서 문제가 없다고 답변받았다”고 설명했지만 당 공관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최근 4선의 윤상현 의원이 현직인 동·미추홀을 선거구에도 유 시장의 정무인사 중 한 명이었던 서준석 전 인천시 시민소통특보가 국회 입성을 위해 정무직을 던졌지만 중앙당은 윤 의원의 단수공천을 결정, 결국 시작도 못해보고 출마가 좌절됐다.

민선8기 인천시에서 유 시장을 도왔던 정무인사들은 총선을 위해 8명 내외의 인사들이 지난해 가을 경부터 각각 출마할 지역구를 정하고 국회 도전을 선언하며 그때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천을 받은 ‘생존율’은 민망하게도 ‘0%’다.

이제 유정복 정무라인 중 도전이 남아있는 인사는 남동갑 선거구에서 경선을 치러야 하는 손범규 전 인천시 홍보특보, 서구을(선거구가 늘어날 경우 서구병 예정)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행숙 전 문화복지정무부시장, 그리고 서구갑의 박세훈 전 시 홍보기획담당관 세 명만 남았다.

이중 이 전 부시장에 대해서는 앞서 그가 서구을 당협위원장을 지내는 등 총선 정국 전부터 지역구 관리를 해왔던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있기도 했으나 유 시장의 정무인사 출신들이 힘 한번 못써보고 줄줄이 낙마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세 명 모두 상황을 낙관하기엔 현재로선 힘들어 보인다.

지역사회와 인천의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유정복 라인’의 인사들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에는 다소 당황한 듯한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상황을 빨리 파악했던 지역정가 및 언론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됐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 시장이 인천시장 외에도 주요 장관직과 과거 3선의 국회의원 경력을 가진 굵직한 인사이긴 하지만 그 경력의 마지막이 2014년으로 벌써 12년 전 일인데다 소속 당에서도 정치색이 그리 짙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중앙정가에서의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유 시장 개인의 정치적 경력은 분명 누가 봐도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국회에서 떠난 지가 꽤 오래되었다 보니 현재 중앙당 차원에서 큰 영향력을 가졌다고 하기엔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라면 결국 주민이 선택하게 되는 경선과정에서 어필을 해야 하는데, 낙마한 인사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그 지역구에서 깊이 뿌리내려 활동을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일종의 ‘포지셔닝’이 애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