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사진 왼쪽부터)가 23일 김 지사의 장모상 빈소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서울시가 정기권 개념의 교통카드인 ‘기후동행카드’를 강행하면서 인천·경기 지자체장들의 불만을 야기한 것과 관련 세 지자체장들이 이에 대한 돌파구 마련 등을 위해 다음달 한 자리에 모이기로 했다. 

이들 지자체장들은 수도권 현안과 관련해 회동을 갖는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정쟁화’ 단계에 이른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논의에서 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인천시민들 입장에선 그리 반길만한 분위기는 피어오르지 못하는 분위기다.

24일 인천시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근 김동연 경기지사가 장모 상을 당한 가운데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전날 유정복 인천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문해 조문했다.

조문을 마친 두 시장은 김 지사와 접견해 차분하면서도 비교적 밝은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했다는 후문.

20여분 간 정도 나눈 대화를 통해 세 지자체장은 다음달 중순 경 한 자리에 모이기로 하고 여기서 수도권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날 세 지자체장들과 자리를 함께 한 세 지자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음달 모임에서는 서울시가 일방통행 격으로 추진한 기후동행카드 문제와 관련 다른 두 지자체와 협의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지난 7월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이후 3개월 만에 한 자리에서 만난 이들은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은 물론 매립지 현안 등을 놓고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며 소통해왔지만 전반적으로 현안 문제들이 진전될 만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는 못했었다.

오랜 기간 사용 기간을 놓고 갈등 중에 있는 매립지 문제는 이미 정쟁화돼 있어 정치적으로도 주변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데다 최근 서울시가 인천·경기의 입장은 듣지도 않고 강행했다고 알려진 기후동행카드 등 논란을 놓고 서로가 좋지못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

특히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두 지자체의 입장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시 국감자리에서 “하나로 묶여 있는 수도권 대중교통정책은 3개 시·도가 협의해서 추진했어야 했다”며 유감을 공식화했다.

경기도는 아예 김동연 경기지사가 기후동행카드와 차별화된 내용의 ‘더 경기패스’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이용 등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 지사가 설명한 ‘더 경기패스’는 경기도민이면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사용한 교통비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것이 골자인데 경기도는 내년 7월부터 도입을 계획중에 있다.

아무튼 하나로 묶여있는 교통현안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면서 현재 세 지자체장들 간 분위기는 그렇게 좋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가 일반적인 대중교통(버스, 지하철)은 물론 자전거(따릉이)와 리버버스 등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기본요금이 6만 5천 원으로 아주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어서 정의당 등 야당 일각에서는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의 의견도 있어왔다.

또 서울시가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했을 때 인천시와 경기도 모두 추가적으로 시민 혈세를 최소 수백 억 이상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오 시장을 향한 다른 두 지자체장들의 눈길이 좋을 리가 없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관계자들이 전하기론 이날 빈소에서 만난 세 지자체장들이 밝게 인사도 나누는 등 분위기는 좋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빈소’의 자리인 만큼 대놓고 불만을 표할만한 상황도 아니긴 했다.

그러나 어쨌든 세 지자체장들이 ‘현안 논의’를 주제로 모인다는 건 주목을 끌 만한 부분은 있어 보인다. 환경과 교통정책의 연계성은 세 지자체 모두 공감하는 만큼 의외로 이야기가 잘 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평가다.

한편 아직 이들이 모이는 날짜나 구체적인 논의사항 등은 아직 나온 바 없는데 관계자들이 전하는 바를 종합해 보면 다음 달 모임에서 매립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시장이 고집하는 ‘4자협의체’중 환경부는 정부 부처이기에 매립지를 실제 이용하는 세 지자체의 수장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이 논의가 빠진다면 인천 서구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요소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유 시장이 현재의 시정부를 이끌고 있는 만큼 그가 고수하는 ‘4자협의체’에 대해 존중의 자세를 전제한다고 치면 이미 지역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정치인들끼리 ‘치고박는’ 문제가 되어 버린 매립지 관련 현안을 환경부가 빠진 자리에서 나누는 것도 적절한 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올 수는 있다.

어쨌든 다음 달 공식 회동을 약속한 세 지자체장이 어떤 분위기에서 만나 어떤 현안들을 주요 주제로 놓고 머리를 맞댈 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관심이 모아지게 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