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역 시민단체가 신원식 국방부장관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의 자세가 연평도와 인천을 자칫 ‘전쟁의 불바다’로 만들 위험이 있다는 논리다.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는 24일 논평을 내고 “신 장관이 연평도에서 9.19 군사합의에 대한 효력정지 발언은 서해5도에서 남북의 군사 대결을 하자는 것”이라며 “연평도와 인천을 전쟁터로 만들려는 신원식 국방장관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발단은 신 장관이 전날인 23일 연평부대를 방문해 “9·19 남북군사합의는 잘못된 합의인 만큼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전투태세를 갖추겠다”는 등으로 발언한 것이 원인이었다.
평복연은 신 장관의 해당 발언이 연평도 포격 사건 당일이었던 2010년 11월 23일을 한 달 앞두고 연평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기에 인천시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발언이 해석에 따라 서해에서 남북 간 군사 대결을 해보자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연평도 주민들이 지금도 ‘트라우마’를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연평도 주민들은 2010년 포격 사건 당시 피난 생활과 이후 전쟁의 공포 속에 일상을 살고 있다. ‘안보’를 명목으로 야간조업 금지, 어업 조업구역 제한 등 어민으로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
이에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와 인천시민들은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서명한 9.19 군사합의에 담긴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화’로 인해 연평도와 서해5도에 평화의 시간과 기회를 주었다는 평가다.
2018년 11월 1일부터 남북이 서해 NLL 주변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했으며 이후로는 남북 간 긴장이 야기된 사건은 2020년(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2022년(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한 건씩에 불과했다.
신 장관이 후보자 검증 청문회 당시부터 “(9.19 군사합의에 대해) 폐기까지는 못 가더라도 효력 정지는 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장관 취임 후 7일 기자실을 방문해 “9·19 군사합의를 당장 폐기하기보다는 일단 ‘효력 정지’ 조치를 취하겠다”, ”폐기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고 효력 정지는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되는 것으로 안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 같은 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 등지에서는 남북 간 군사 충돌의 완충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신 장관은 23일 연평부대를 방문해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 추진’을 재차 공언한 것이어서 논란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장성 출신(최종계급 중장)인 신 장관이 보수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대표적인 ‘북진통일론자’로 유명한 만큼 신 장관 본인은 ‘소신 발언’으로 여기겠지만 이러한 사상을 현실로 실천한다면 자칫 전쟁의 위험이 따르는 건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
평복연은 “신 장관의 연평부대 방문 중 발언은 연평도와 서해5도, 인천을 전쟁의 공포와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뿐 시민들의 안녕에는 관심 없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입장이라며 “인천시민들은 전쟁을 부추기는 신 장관의 언행을 결코 좌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해5도와 인천의 평화를 깨는 신원식 국방장관은 사퇴가 마땅하다”며 “만약 9.19 군사합의 정지와 함께 이후 서해에서 남북 간 군사 훈련이 재개되거나 군사적 충돌이 시작된다면 이는 전적으로 신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