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헌법재판소가 인천시청 앞 잔디광장(인천애(愛)뜰)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시 조례에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처음으로 지역 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 인천애뜰 집회를 예고했다.
다만 향후 잔디광장이 열린광장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지역사회에서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인천차제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9개 지역단체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개인(심판청구인 일동)에 따르면, 이들은 17일 인천애뜰에서 차별철폐 등 메시지를 담은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번 집회가 예정대로 열린다고 가정했을 때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로는 인천애뜰에서 처음으로 열리게 되는 집회여서 시 내부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앞서 헌재는 최근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에서의 집회를 금지토록 하는 인천시 조례에 대해 지난달 26일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시 조례는 사실상 무력화돼 현재 시 집행부에서 개정안을 준비하는 상태다.
사실상 조례로는 집회를 막을 방법이 사라진 만큼 관련 법령에 따라 경찰 신고로 집회는 가능해진 상태다. 다만 ‘완전히 열린’ 광장이 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잔디마당과 동·서편광장 등이 공공부지 청사에 해당되는 만큼 시의 사용허가는 필요하다는 것이 인천시의 설명인데 이것을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해석할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
인천시 총무과 관계자는 “현재의 조례는 인천애뜰에서 집회나 행사 등을 개최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오면 시가 허가하는 순서를 밟게 하는 등의 내용으로 개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전부터도 신청이 들어오면 허가해준 바닥분수광장 및 음악분수광장 등에서의 집회 개최 신청이 들어왔을 때 반려한 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신고제’의 형식으로 운영된 만큼 인천애뜰 집회도 같은 방식이면 될 거라고 본 것이다.
다만 인천차제연 등이 17일 예고한 집회는 시에 사전 신청을 넣지 않고 남동경찰서에만 집회 신고를 한 상태인데 이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형식상으로는 집회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지만 인천애뜰 공간이 시 소유의 ‘공유재산’에 해당되는데 이를 전제하면 인천시가 사용허가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만큼 공유재산 내에서의 집회 신청은 허가 대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름 논리가 있긴 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미 조례는 무력화된 만큼 조례로서 못하게 할 이유는 없지만 동시에 두 단체가 같은 시간에 인천애뜰에서 집회나 행사를 하겠다고 신청할 경우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데 이런 경우 등을 대비해 허가 및 조정 권한 등은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례로 인천시 홈페이지에는 시의 이런 입장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인천애뜰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시는 “공공청사 부지(청사 앞 잔디광장과 동편광장, 서편광장)에서는 집회 및 시위가 불가합니다. (아래 노란 경계선 표시)”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시 총무과 관계자는 “조만간 내용이 고쳐질 것”이라고는 밝혔지만 시가 고칠 거라고 밝힌 내용은 “열려 있다”는 내용이 아닌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자체들 역시 집회 개최 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미 여러 논란을 겪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용 관련 조례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그간 서울시에 집회 신청을 했는데 주로 보수정당(국민의힘 등) 소속의 정치인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이러한 신청이 자주 막히면서 “조례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지자체가 소유하고 있는 곳에서의 집회 허용에 대해 ‘공유재산법’을 근거로 정당한 권한으로 볼 건지 아니면 헌재의 이번 위헌 결정을 계기로 사실상 헌법에 위배한 내용을 고수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을 것인지는 아직 예단할 수가 없는 상태다.
실제로 민변 측은 최근 헌재의 위헌 결정 과정에서 사전에 시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도 위헌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헌재가 이를 전혀 다루지 않으면서 당분간은 갑론을박의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인천차제연과 민변 등은 “이번 집회를 통해 우리는 위헌 결정이 된 조례뿐만 아니라 허가제로 운영하는 인천애뜰 조례를 폐지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가 애뜰광장을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고 홍보했지만 정작 내용을 파악해 보면 (조례가 무력화되긴 했지만) 허가제 고수 등의 방법으로 광장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민과 내용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별다른 반박은 내지 않고 “일단 내일 집회 등 상황을 먼저 지켜보고 이후 대응을 내부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인천차제연 관계자는 “(파악하기로는) 시 내부에서 우리 집회 계획은 알고 있을 걸로 예상하는데 시에서 따로 언질을 하거나 하는 등의 연락은 없었다”며 “이후 시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내일 집회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