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11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인천시가 설정한 인천상륙작전의 의미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를 확대하려는 유정복 시장과 시민단체를 위시한 지역사회 간 갈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전쟁의 역사’를 기념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던사안인 만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유 시장은 인천시청사에서 인천상륙작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를 통해 인천이 전쟁도시 이미지를 각인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표현이 아니면 기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시장의 이러한 브리핑은 인천상륙작전 기념주간을 명목으로 인천시와 군 당국이 이전보다 날짜와 규모 등을 확대해 전승행사를 여는 것에 지역사회 차원의 만만찮은 반대가 있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시는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를 ‘인천상륙작전 기념 주간’으로 지정하고 해당 주간을 운영하면서 역대 최대규모의 전승행사를 예정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전승행사들이 지역 군 전우회 혹은 보수성향 단체들의 존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전까지는 인천상륙작전 당일이었던 9월 15일 대규모의 상륙작전 재연을 ‘메스게임’ 식으로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민선 8기 들어 유 시장은 전승행사 사업비를 약 27억 원(국·시비 포함)으로 늘렸고 내년에는 35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뜻까지 밝혀오고 있다.

전승 행사의 확대 여부에는 그간 많은 시민단체들의 반대 메시지가 있었다. 그중 가장 최근의 입장 표명이라면 ‘정전70년 한반도 평화 인천행동(이하 인천행동)’이 10일부터 19일까지를 ‘인천 평화주간’으로 선포하고 시의 전승행사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인천행동은 10일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그간 지역사회가 여러 루트로 강조해온 ‘전쟁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행동이 단순 시민모임이 아닌 지역 35개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연대단체’임을 감안하면 어쨌든 ‘휴전’으로 끝나며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순간으로 남은 한국전쟁의 한 부분을 기념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 여론이 시민들에게도 있었음이 어느 정도는 인증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전승행사가 열릴 때마다 월미공원 등지에서 이 상륙작전에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위령제가 열리고 있는데 그간의 인천시는 ‘전승행사 기념’에 경도된 모습을 보이며 아픔의 역사나 평화의 메시지를 외면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민선 6기를 역임하던 시절의 유 시장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제작과정에서 로케 등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부분이나 민선 8기에서 추진되는 전승행사 확대 계획 등도 사실상 마찬가지의 지적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인천행동은 “30억 내외의 혈세를 투입하는 행사를 통해 인천은 다시 전쟁의 도시로 다시 각인될 우려가 높고 실제 그런 우려들을 담은 관련 보도는 우리의 염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 “인천시는 상륙작전 기념에 앞서 민간인 희생자 진상조사와 희생자 위령 및 평화를 주제로 하는 주간 선포 등이 필요하며 행사도 평화의 주제에 걸맞은 행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유 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나는 프랑스 노르망디(‘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도시)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곳 역시 세계적인 기념행사를 하고 있지만 전쟁도시 이미지를 주고 있지 않다”며 “행사 역시 자유와 평화를 지향하는 가치를 재조명하자는 의미”라고 반론했다.

이어 “인천상륙작전은 역사적 진실이고 이 작전을 통해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그 의미를 잘 새겨 안보·자유·평화를 되새기고 미래가치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차원에서는 이처럼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바깥’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엿보이고 있다. 찬반 여론이 있더라도 ‘지역 차원’이면 인천시민들이 각자가 판단하면 될 일이지만, 자칫 이것이 지역 차원을 넘은 논란이 된다면 시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기 때문.

실례로 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가 한반도 긴장을 높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낸 바 있다.

물론 과거 한국전쟁 당시 우리의 ‘적국’으로 참전했던 역사가 있고 정치적으로 대한민국과 여러 갈등이 있는 ‘중국’의 입장이지만 기념행사가 국제사회에서까지 지적되는 분위기를 굳이 ‘지방정부’에 해당되는 인천시가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미국 상륙함 ‘아메리카함’이 13년 만에 이를 위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캐나다 밴쿠버함 등 25척의 국내외 함정과 15대의 항공기, 9대의 상륙돌격 장갑차 등이 동원되는 것을 두고 “사실상 한미연합훈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바가 있다.

유 시장은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 유사시 대응 목적의 군작전훈련인데 인천상륙작전을 재연하고 재조명해서 안보를 지키기자는 목적의 행사하고 성격이 같을 수 없다”고 반론했다. 그러나 함정을 투입하는 미국 등 주변국가들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올해 전승행사에는 미국·영국·캐나다·그리스·남아프라카공화국·네덜란드·뉴질랜드·콜롬비아·태국·튀르키예·필리핀·호주·노르웨이·덴마크·독일·스웨던·인도 등 6·25 참전국 주요 대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유 시장은 상륙작전 75주년이 되는 2025년에는 참전 8개국 정상을 초청해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버금가는 국제행사로 치르겠다는 뜻을 밝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