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4일 시교육청 본관 앞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공간에서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인천시교육청)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피해 교사의 49재 추모의 의미와 함께 국회 및 교육당국에 교권보호를 촉구하기 위해 허용된 휴가(연가·병가·공가) 등을 사용, 출근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공교육 멈춤의 날’에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지 성명을 내고 나섰다. 

또 인천을 비롯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교육청은 추모 공간을 운영하고 교육감들이 추모의 뜻에 동참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사실상 교육부의 징계 방침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인천지역연대는 3일 성명을 내고 “전국의 교사들이 숨진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4일 국회 앞에서 자발적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을 열고 공교육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호소키로 한 것에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는 ‘공교육 멈춤의 날’과 관련해 학교 재량휴업일 결정과 교사 개인의 연가 사용 등을 불법 집단행동이라고 규정하는 등 교사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호소하는 교사들은 교육권을 온전히 회복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 더 나은 교육 현장의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인천지역연대가 지역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연합체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전반은 교육부가 반대하고 있는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천지역연대에는 28개 인천지역 단체가 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전교조 인천지부, 인천민예총, 인천사람연대, 인천여성회,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 등이다.

현재 교육부는 ‘공교육 멈춤의 날’을 예고한 교사들을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파업’으로까지 규정하고 있다.

집단행동에 의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임시휴업을 강행하는 학교장과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병가를 사용하는 교원은 파면·해임까지 가능하고 형사고발도 병행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량휴업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거친 합법적 선택이며 또 교사들의 연가, 병가, 조퇴 등은 기본적인 권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교육부가 지나치게 반응한다는 평가가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유야 어떻든 일선 교사들이 허용된 휴가를 쓰는 것에 대해 교육부가 형사고발까지 운운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은 자칫 ‘휴가 내용을 검열하고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

인천지역연대도 “교육부가 ‘엄정 대처, 징계’ 운운하는 것은 교사들의 슬픔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열망을 외면하고 탄압하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할 일은 교사들의 추모 활동을 보장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공교육 멈춤의 날’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지역연대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사들을 교육의 주체로 존중하고 탄압을 멈춰야 한다”며 “우리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은 교육공동체의 분열이 아니라 공교육 회복을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교사노동조합 역시 교육부의 자세에 대해 “경기도의 다른 고등학교 교사의 비보가 들려오는 등 비통한 소식이 이어지지만 교육부는 공교육 회복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아닌 ‘징계’를 예고했다”며 “교사들의 연이은 죽음과 그로인한 분노를 무엇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도 이정미 대표가 “윤석열 정권과 교육부가 49재에 불법 딱지를 붙여 사실상 인륜을 저버린 것”이라고 논평하고 “젊은 교사들의 죽음 앞에서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이들이 색출을 운운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고 논평했다.

당일인 4일에는 수도권의 시·도교육청에서도 전반적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해 징계의 목소리를 배제하면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는 분위기가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사망사건이 일어난 서이초교 운동장에 시민들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교육부의 뜻에 반발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임태희 교육감 등이 추모 활동에 나서는 등 서울시교육청과 사실상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역시 4일 청사 본관 앞에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데 오전에만 100여 명 정도의 시민이 추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전국 시·도교육청들과 시민들이 교육부의 방침에 직/간접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교육부가 파악한 바로는 임시휴업을 계획하고 있는 초등학교는 인천 3곳을 포함 전국 30여 곳으로 확인되고 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교육부가 추후 자칫 ‘학교현장 구성원 탄압’으로 평가될 만한 행위를 자초할지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