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2014년 참사를 일으킨 ‘세월호’ 선사 청해진 해운에 대해 '관련자'로 지목된 바 있는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55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유혁기씨(50)가 세월호 참사 9년 만에 미국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돼 4일 오전 국내에 도착했다.
이날 인천지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씨를 체포해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송환했다.
검찰은 호송팀이 전날인 3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내 한국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미국 수사 당국 관계자들로부터 유씨를 넘겨 받아 체포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국적기가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되는 만큼 영장 집행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유씨를 태운 여객기는 이날 오전 5시 20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에서 출발이 지연돼 오전 7시 20분께 도착했다.
입국장에 들어선 유씨는 기다리던 취재진과 맞딱드린 자리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 “범죄인 인도 절차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등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지만 일단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등의 원론적인 답변을 남겼다.
다만 계속 도피해 다녔느냐는 질문에는 “단 하루도 도망 다닌 적이 없다”며 이를 부인했고 “세월호 유가족 분들에게 할 말은 없냐”는 질문에는 “그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간단한 답변은 건넸다.
이어 유씨는 검찰이 준비한 호송 차량에 타고 곧바로 인천지검으로 압송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강도 높은 조사가 예정돼 있다. 유씨가 장기간 미국에서 국내로 귀국하지 않았던 만큼 검찰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일단 높게 점쳐지고 있다.
유씨의 강제 송환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9년만의 일이며 2020년 미국 뉴욕에서 현지 수사 당국에 체포된 지 3년여 만이다. 미국 영주 권자인 유씨가 미국서 귀국하지 않자 인터폴을 통해 수배 령을 내리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었기 때문.
현 시점으로 유씨의 혐의는 고인이 된 아버지 유 전 회장의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공모해 컨설팅 비용 등 명목으로 총 559억 원을 횡령해 회사에 손실을 가져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검찰이 청해진 해운의 실질적인 지배 주주로 유 전 회장 일가를 지목하고 경영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검찰은 유씨가 아버지 유 전 회장에 이은 사실상의 경영 후계자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한편 유씨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국외로 도피한 4명 중 국내로 송환 되는 마지막 범죄인이기도 하다. 유씨의 아버지인 유 전 회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국내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동년 7월 전남 순천의 한 밭에서 사망 상태로 발견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