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후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조만간 해양에 투기 한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마저 이를 동조하자 인천지역에서도 반대 여론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인천지역연대와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10일 인천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철회 및 IAEA의 일본 정부에 대한 옹호 행위 중단, 사실상 이에 동참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해당 기자회견에 동참하고 있는 단체들은 정의당과 진보당 등 인천시당과 지역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 노동계 단체 등 무려 60곳이 넘는다. 사실상 ‘인천지역의 민의’로 해석해도 과언이 아는 상태.
이들 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자국 내에서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처리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를 들어 해양에 투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사고 후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의 발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오염수의 해양 투기는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의 삶이 끝날 때까지 반복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고 주장하지만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총량 등 관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밝힌 적이 없고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에 대해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 또한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고 12년이 지나고 있으나 핵 사고 수습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과 의미 있는 결과는 인접 국가인 대한민국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방사성 물질 유출로 인한 각종 피해와 해양 오염은 계속되고 있는데, 실례로 사고 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서식하던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세슘이 이미 검출된 바 있다.
생체 축적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삼중수소부터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과 생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는 물질 등을 포함한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해 생겨날 결과와 위험을 일본 정부가 외면하고 IAEA마저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 인천 시민단체들의 의견이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는 “현재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테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한 지지를 여러 차례 보여준 라파엘 그로시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IAEA는 7월 4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적합하다’라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가 그동안 꾸준히 지적되었던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성능 검증을 포함하지 않은 바 ‘IAEA는 국제기구로서 수행해야 할 책임을 외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AEA가 국제기구로서 무책임하다는 여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8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대응을 위한 9개 관계부처 TF’를 설치해 여러 활동을 해왔으나 현실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사이 어업과 수산업의 피해가 가시적인 상황에서 실제 방류가 이뤄지면 어업과 수산업이 존폐 위기에 몰린다는 우려도 있다.
인천 시민단체들은 여당 정치권에 대해서도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수산물 시장으로 가서 회를 먹고 수족관 물을 맛보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촌극을 연출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미 IAEA의 종합 보고서의 불충분성이 지적되고 있는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일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계획이 IAEA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일본의 입장을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한국정부가 나서고 있다는 논리다.
이들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종 외교’로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묵인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마저 내팽개치는 윤석열 행정부를 인천시민은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히고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아내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함께 하고 있는 인천녹색연합 역시 최근 성명을 내고 “IAEA는 더 안전한 대안을 찾지 않은 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전제로 한 검토 작업만 했다”며 “오염수 해양 투기가 국경을 넘어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사고로 인해 많은 양의 방사능오염을 시켰다는 점에서 도쿄전력에 더 엄격하게 오염물질 투기를 제한해야 함에도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면죄부만 준 셈이라며 IAEA가 처음부터 오염수 해양투기라는 답을 정해 놓고 스스로가 정한 원칙도 고려하지 않은 만큼 국제사회의 신뢰와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당 인천시당 역시 “핵폐기물은 자국 처리가 원칙이며 상식임에도 일본 정부는 오염수 투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배출시기를 더 늦추고 충분히 보관한 후 방류 시점을 정하면 삼중수소가 자연계에 접촉하는 기간과 양을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2020년에 이미 일본 내에서 나온 만큼 세계국가에 책임과 비용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오염수 무단 투기 저지를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정부 여당이 또다시 괴담 등을 운운하지만 사실은 ‘일본의 앵무새’가 된 우리 정부의 거짓말이야 말로 가장 문제가 될 괴담”이라고 주장했다.
그밖에 옹진군의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군의원들이 별도로 모여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안정성의 객관적 검증을 거쳐 국제 사회에 동의를 얻고,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력히 시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IAEA에 대한 규탄 등 성명은 정부 여당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전국으로 나오는 분위기다. 즉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만이 민의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우선 대전의 경우 같은 날 ‘대전탈핵공동행동’ 및 ‘친환경무상급식 대전운동본부’ 등 단체들이 대전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수 방류에 국민들의 걱정이 커져 감에도 정부는 ‘괴담’ 등으로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전시와 대전시의회가 우리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오염수 방류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급식과 먹거리 체계 점검 등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경기도 수원에서도 같은 날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를 합해 무려 50여 단체들이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등 야권 정당들과 함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수원공동행동’을 출범했다.
이들은 권선구 소재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과 수산물 판매자, 시민사회단체, 정당이 합심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이뤄내자”이며 결의를 다졌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같은 날 창원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무기한 릴레이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
김두관 경남도당 위원장 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받아오던 기관으로 우리 당 검토 결과 이번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만을 받아 쓴 ‘깡통 보고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