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활동하는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가 인천지회를 발족하고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인하대학교 내 이승만 동상 재건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확산되며 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역사회는 물론 인하대 학생회 및 동문회 등에서도 전면반대를 하고 나서고 있다. 학교와 연관되지도 않은 단체가 학교 내 행정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사실상 ‘월권 행위’라는 것이다.
27일 인하대동문회 등 소속 일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학교 유관단체들은 인천지회 측이 이승만 동상 재건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비판을 위해 제반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인천지회는 이달 출범을 공식화하고 초대 지회장으로 권오용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1983년 10월 철거한 인하대 내 이승만 동상 재건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들의 행동이 ‘학내행정에 대한 월권 및 부당한 개입’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학교 유관단체들이 뜻을 모아 1980년대 이승만 동상을 자진철거한 역사는 지금도 인하대 학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평가가 이미 있어왔다.
인하대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시점이었던 1954년 개교했다. 하와이 교민들이 모국에도 MIT 같은 대학을 설립해 달라며 모금운동을 벌였고 그렇게 모아진 성금에 하와이 내에 설립했던 ‘한인기독학원’의 땅과 건물을 매각한 금액이 이승만 정권에 전달되면서 인하대의 초석이 됐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인천시가 학교 부지를 마련토록 지시하고 인천에 인하대를 세우면서 학교 이름 역시 인천의 인(仁)과 하와이의 가차자에 해당되는 하(荷)를 합쳐 이름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교 당시엔 이승만 동상이 없었으나 박정희 유신독재 말기였던 1979년 2월 인하대 내 인경호 인근에 6.3ｍ 높이로 이승만 동상을 세웠다.
‘학교의 창학정신을 기리자’는 것이 외연의 의도였는데 현재의 인천지회 역시 이승만이 인하대의 창학정신에서 ‘중심’이라는 논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이미 과거에도 학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한 역사가 있어왔다.
과거 이승만의 독재는 물론 친일행적 등이 논란이 된 데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학 내 민주화운동의 움직임이 번지면서 결국 인하대 학생들이 1984년에 자진 철거했다.
당시 결정은 엄연히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 스스로가 결단한 것이었고 인천지회는 이승만의 기념이 목적인 단체로 인하대와는 직접 관련이 있지도 않다. 학생들은 물론 학교 동문단체 등의 반발이 당연했던 것.
인하대총동창회 측 관계자는 “2024년이 우리 학교의 개교 70주년이어서 기념사업과 관련한 여러 논의들이 있는 상황인데 학내 구성원이나 관련되지도 않은 단체에서 이승만 동상 재건을 주장하건 심각한 월권행위라고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총동창회 및 동문단체 등에 따르면 인하대 창학정신의 중심은 이승만이 아닌 ‘하와이 동포’인 만큼 하와이 동포 동상 건립 등 내용을 놓고 여러 논의들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학교 및 관련단체들은 창학정신의 중심을 ‘하와이 동포’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학교 총동문회 측 역시 “인하대는 단순히 인천지역 대표 대학만이 아니라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동포들이 설립한 민족사학에 해당되는 학교”라며 “이미 인증돼 있는 이승만의 행적을 감안하면 동상 재건은 국민이 절대 동의할 수 없을 사안”이라며 반대했다.
이들 단체들은 학내에 어떤 동상을 세우더라도 학교 구성원 및 직접 관계단체들(동창회, 동문회 등)의 논의로 결정되어야 하는 만큼 학교와 관련도 없는 인천지회의 주장을 월권행위로 인지하고 전면 반대의 뜻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지역사회의 반응도 대체적으론 학교 단체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지역의 한 시민활동가는 “안그래도 인하대는 송도캠퍼스 등 지역사회와 논의하며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 많이 있는데 뜬금없는 단체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행위들을 보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을 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