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료원 전경. 코로나 당시 전국 방역 최전선에서 역할을 해온 공공의료기관으로 평가받지만 이후 정부가 손실분을 책임지지 않아 수십 억 가까운 적자를 스스로 메워야 하는 현실에 마주하게 됐다. (사진=인천시의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역 6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13일부터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27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에 따르면 인천의료원·인천기독병원·부평세림병원·인천보훈병원·인천혈액원의 5개 의료기관 지부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인천사랑병원 지부가 인천지방노동위에 같은 내용으로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천지역에서는 총 6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노조가 노동쟁의 신청을 한 것이다.

5곳은 산별노조인 전국보건의료노조를 통해 그리고 인천사랑병원의 경우 사측과 직접 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단체교섭은 이미 지난달부터 진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전국 의료기관 약 130곳의 전국 동시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결정했다.

조정기간은 15일로 보건의료노조는 이 기간 동안 사측의 입장이 바뀌고 정부의 전향적 제도 개선 등이 제안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3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공개한 상태다.

이 일환으로 보건의료노조는 내일인 28일 전국 11곳에서 ‘쟁의조정 신청 돌입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개최키로 했다.

인천의 경우 인천·부천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인천사랑병원 앞에서 기자회견과 인천사랑병원지부 조정신청 보고대회 등 일정을 갖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사측 및 정부에 요구 사항은 ‘코로나 영웅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9.2 노정합의(2021년) 이행’을 제외한 다른 사항들 대부분이 공공의료 정착을 위한 제언이 다수다.

‘공공의료 부문을 전반적으로 외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서민들의 의료영역이 될 수밖에 없는 공공의료정책을 강화하라는 요구인 만큼 시민사회 전반으로도 노조의 요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요만 적당히 살펴보면 ▲병원비보다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보건의료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 확충과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 관련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이다.

총파업에 돌입하면 현재 해당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나 보호자 등에서 ‘환자는 누가 돌보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으나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사회가 해당 요구사항 중 어느 정도라도 얻어내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의견에 크게 이의를 달 수 없다는 평가도 일각에선 나온다.

인천·부천지역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 경기 용인과 대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는 인천과 수도권에서도 얼마든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이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현장의 의사 부족으로 진료과 폐쇄, 부실·파행 진료, 불법의료, 의료사고가 만연해 환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으며 간호사들 역시 업무량 등 노동조건이 최악인 만큼 번아웃 및 이직으로 내몰리는 등 의료인력 대란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의료원을 예로 들면 코로나19 당시 인천의료원이 전국 방역 최전선에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았으나 엔데믹 이후 경영악화에 시달리면서 700억 가까운 의료손실액이 발생했으나 그만큼을 정부가 책임지지 못하며 50억 원 가까운 비용을 의료원이 자체 해결해야 하는 상태다.

때문에 인천의료원의 경우 그전부터 이어진 공공의료영역의 적자 등 현상과 맞물리면서 현재 일부 병동은 아예 가동조차 하지 못하는 등 경영상 정상화 궤도를 전혀 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 내 다른 병원들도 소아과를 비롯한 일부 진료과목들이 대형병원에서도 ‘진료 펑크’를 내는 등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나 정부는 사실상 ‘관망’하는 자세만을 보이면서 전국 의료인 및 전문가들은 “이러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며 정부에 경고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가 위기일발 상황이지만 펜데믹 당시 최전선에서 분투한 인천의료원은 병상가동률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지원도 끊겨 적자폭이 높아지면서 ‘토사구팽’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수익성을 논하지 말고 폭넓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인천은 공항과 항만을 갖추고 있어 코로나19 국내 1호 환자가 발생한 지역인 만큼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이 필요함에도 논의에는 진전조차 없다”고 성토했다.

보건의료노조 측 관계자는 “이렇게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신종 감염병에 다시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결국 시민의 건강을 그 누구도 지켜주지 못할 공백이 생길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