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을 비롯한 국내 항만 배후단지를 ‘민간개발’로 진행하면서 국가 기간 시설의 공공성 훼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사회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인천항발전협의회는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해수부가 항만 배후단지의 민간개발을 중단하는 것이 적절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항만은 국가 기간시설인 만큼 공공성을 이유로 국가가 소유하고 해수부(및 산하 항만공사)가 항만관리권을 갖는데 당초 항만배후단지는 정부와 항만공사 등이 개발하고 민간에게 최장 50년을 장기임대 해주는 ‘공공개발‧임대’ 방식으로 조성돼 왔다.
그러나 정부가 대규모 투자 재원을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고 배후단지 개발 기간이 장기간 소요된다는 이유로 2016년 민간개발‧분양 방식을 전격 도입했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기 설립된 항만공사에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재정과 능력이 있는 만큼 정부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인천지역사회 및 정치권에서도 항만배후단지의 민간개발방식이 항만의 경쟁력 약화와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실제 2016년 민간개발‧분양 방식이 도입된 이후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의 경우에도 약 189만㎡가 민간개발이 진행되는 등 민간영역의 점유 비중이 높아졌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날 공동성명을 낸 두 단체는 항만배후단지의 민간개발은 개발업체에서 투입한 비용만큼 토지의 소유권을 주기 때문에 민간업체에서는 최대한 비용을 많이 투입해 개발하게 될 거라는 논리를 폈다.
이를 전제하면 자연히 지가 상승 및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토지를 분양받은 업체는 항만의 공공성과 상관없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난개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5월 25일 ‘항만배후단지 민간개발 분양방식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이 공청회에서는 항만배후단지를 공공 혹은 민간개발로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접근과 연구는 빠져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해수부는 위와 같은 근본적인 사안은 상위단계 연구에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는 것이 이들 두 단체의 설명이다.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항만 민영화 방안’이라고 비판하자, 해수부는 14일 “항만배후단지 민간개발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배후단지 공급과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안)을 준비중”이라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이 해명자료에는 민간개발방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만큼 시민단체들은 제아무리 민간개발 제도를 일부 개선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공공개발방식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공공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비판의 날을 더욱 세우고 있다.
항만공사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항만공사를 설립하여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ㆍ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항만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의 중심기지로 육성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항만공사 설립의 본래 목적이 준수되면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은 의미가 없으며 행정 낭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각 항만공사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배후단지 개발 및 공급과 운영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해수부가 문제의 본질인 불필요한 행정 낭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두 단체의 설명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해수부가 더 이상의 행정 낭비를 그만하고 항만배후단지 민간개발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며 “항만공사를 설립 목적에 맞게 역할을 강화시키고 항만배후단지 개발은 정부 또는 항만공사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