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광풍이 불고 있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인천 민주당계 정치인들 다수가 연루되는 분위기로 전개됨에 따라 지역 정가에도 지지기반 등에 대한 변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태를 의식한 듯 현재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귀국 등을 요청하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타개할 만한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인천계양을 국회의원)는 17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 앞서 “이번 일(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국민들게 심려를 끼쳐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실규명 및 수습 등을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사실규명 및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며 당은 확인된 사실에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을 감안하면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그간 목소리가 높았던 ‘검찰의 정치탄압’ 논리가 국민들에게 설득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최소 10명의 민주당 현역 의원이 돈 봉투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으며 인천 지역구 의원 2명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보수 및 극우 성향을 가진 매체의 보도인 만큼 내용을 가려들을 필요는 있어 보이나 그간의 검찰의 행로를 감안하면 이들이 검찰 수사선상에서 다뤄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
특히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을 진행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 “전당대회 전 불법자금을 마련하고 전달한 ‘공여자’ 측”이라고 적시했다.
이를 전제하면 검찰은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인 윤·이 의원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이 불법자금 마련을 위해 활동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는 강 협회장의 통화 녹음파일 및 돈 봉투 전달 등의 내용이 담긴 윤·이 의원 및 이 전 부총장 간 통화녹음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며 해당 통화파일들의 자세한 내역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윤·이 의원 등이 “사건 관련자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검찰이 무차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야당탄압”이라고 반박하자, 검찰은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혐의를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자금을 제공한 측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받았다고 판단되는 의원들을 대상으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법 제50조에 따르면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요구하거나 알선한 사람 뿐 아니라 금품을 받은 쪽도 처벌 대상인 만큼 검찰이 수사를 전면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검찰의 수사내용 취재와 그 외 주요 매체들의 보도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은 무려 2명의 국회의원이 공여자로 연루돼 있는 등 인천 야권 정치권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들 국회의원들은 대표적인 ‘송영길계’로 알려져 있는 만큼 송 전 대표가 입을 정치적 타격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지방선거를 뛰기 전까지는 인천지역의 굵직한 정치인으로도 활동했던 바 있어 아직까지도 인천 정치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인 만큼 지역 야당 정치권에는 큰 타격이 될 거라는 의견이 지역사회 내에서 중론으로 자리하는 분위기다.
또 검찰이 돈봉투를 전달했다고 보는 피의자들 상당수가 정치권에서 역시 송영길계로 알려져 있는데다 전당대회 후 윤 의원과 이 전 부총장이 각각 사무총장·부총장에 임명된 일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송 전 대표가 어떻게든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전당대회 결과를 감안했을 때 결국 송 전 대표가 이익이 된 만큼 그 역시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당대회 현장에서 돈봉투가 전달되는 등의 상황을 송 전 대표가 알고 있었는지를 검찰이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확보한 통화내역 등에는 ‘송 전 대표도 알고 있다’는 식의 내용들이 있긴 했으나 통화내용만으로 ‘결정적 단서’라고 결론을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통화내역의 내용이 뒷받침되는 다른 단서들을 통해 해당 통화내용들을 사실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검찰이라도 이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민주당 내 분위기만 보면 윤·이 의원 등 ‘송영길계’들의 주장대로 ‘검찰의 정치탄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은 못할 거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날 이재명 당대표의 발언을 통해, 이미 당이 여론에 ‘어느정도 고개를 숙인 셈’이 됐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전반으로는 이번 전당대회 의혹으로 인해 그간 인천지역에서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꼽혔던 계양구를 비롯해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부평·서구 일부지역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에 대한 예상과 우려 등이 나오고 있다.
실례로 계양구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인천시장 민-국 득표차 약 4%)를 통해 ‘민주당 텃밭’이라는 이미지가 상당부분 날아갔는데 민주당 지지세력 등은 이번 의혹이 지역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게 되면 향후 지역 표심이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의 분위기도 있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