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서해 피격사건’으로 감사 및 수사를 받아 연일 곤혹스러운 해경이 또 수사 대상이 됐다.
해경의 3천톤 급 대형 함정의 발주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주장이 시민단체 고발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경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겠지만 해당 시민단체 성향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4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인천 연수구 송도지구 소재 해양경찰청 청장실 및 차장실, 장비기술국 등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이날 압수수색은 ‘자유대한호국단’이라는 극우 성향의 시민단체가 “3천톤급 경비함정의 발주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내용으로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이뤄졌다.
이 단체는 지난해 연말 해경이 경비함정 2척(이중 1척은 노후함정 교체 차원)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속도 등 사양을 낮춰 발주해 특정업체에 부당이익을 줬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를 통한 입찰에는 2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노후함정 교체 차원의 함정과 전력증강 목표의 신규 함정을 두 업체 모두 각각 낙찰받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대한호국단 측 주장은 해경청이 발주한 함정의 사양을 확인했을 때 함정의 최고속도가 종전 함정에 비해 부족함에도 사업비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신규 함정들의 사양이 저속운항 7노트(시속 13km, 참고로 1노트는 약 1,85km), 순항 15노트, 고속운항 24노트인데 이는 13년여 전이었던 2010년 3월 배치된 동급의 함정보다 저속에서 5노트, 고속에서 4노트 느린 속도다.
이들 함정의 총사업비는 노후함정 교체 차원 함정은 878억 4천만 원, 서해전력증강 함정은 977억 5,300만 원(이상 부가세 포함 추정가)다.
이 가운데 노후함정 대체함정 사업비는 2020년 발주한 동급 함정 약 880억원과 비슷하지만 전력증강 목적의 함정은 97억 원 가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자유대한호국단은 “해경의 대형함정은 서해수역에 배치돼 중국 등을 견제해야 하는 목적이 있는데 동급 규모의 중국 함정보다 느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혹을 보내고 있다.
만약 이들 단체의 주장이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해경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예산이 받쳐줬다면 그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가진 함정을 구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할 부분.
다만 현재로서는 해경의 입장에서도 할 말이 아예 없지는 않다. 3천톤 급의 대형 함정이라면 물가 등 요인에 따라서는 같은 급이라 해도 억대 가격이 등락을 치는 경우는 많이 있기 때문.
또 이 단체가 비교했다는 동급 함정은 2010년에 발주된 것인데 이를 감안하면 오랜 기간이 지난 현재 저정도의 가격 인상이 특혜의 범위에 과연 들어가겠느냐는 분석도 나올 수 있는 상태다.
고발을 진행한 해당 단체의 성향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누가 봐도 뚜렷한 극우 성향을 가진 이 단체는 해경이 수사를 받고 있는 서해피격사건을 비롯해 최근 공안탄압 논란이 있는 민주노총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현 정부의 편에 선 듯한 자세를 보여왔다.
이들이 해경에 대해 연일 공세를 취하고 있는 이유도 이 단체의 성향이 원인일 수 있다. 과거 해경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에 의해 강제해산이 됐다가 이전 문재인 정부로 넘어가며 부활했다.
해경을 해체시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후 탄핵 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의 편을 든 것으로 익히 알려진 이 단체가, 해경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좋지 않은 시선을 견지할 수도 있음을 유추할 만한 부분이다.
또 지금도 ‘정치적 공방’이 오가는 서해피격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에 해경에 자료제출을 ‘닦달’하다시피 했던 정황은 현재 정치권에서 여야 간 공방이 한창이다. 특히 감사원의 공문이 대단히 ‘강압적’이었다는 것도 정치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
이 과정 속에서 해당 단체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정부 인사들을 고발하는 일도 있었던 만큼 이들의 의도가 ‘비리 규명’ 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목적’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보낼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이런저런 예단을 하기보다는 수사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해경으로서는 안그래도 서해피격 사건으로 감사와 수사가 이어지면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판에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입장이 곤혹스럽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해경은 일단 경찰 수사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