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연말 개최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안건을 최종 부결 처리하는 등 논란이다.
시가 ‘2045 인천시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의 일이라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다.
4일 인천시와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2월 28일 인천시는 ‘제14회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하고, 안건 중 하나였던 계양경기장의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안을 최종 부결 처리했다.
부결된 안건은 계양경기장 내 주차장, 사이클 전용 경기장 인근, 양궁장·광장 통로 등 총 면적 5,814㎡에 태양광 발전 시설(1,186.56㎾)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인데, 효율이나 경관 등을 이유로 부결 처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부결 결정이 같은 달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선언한 ‘2045 인천시 탄소중립 비전’ 선언 시점 이후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탄소중립 비전을 ‘사실상 역행’하는 결정을 시 도계위가 내렸다는 점이다.
유 시장은 지난달 6일 송도 쉐라톤 그랜드 인천에서 열린 ‘제2회 저탄소도시 국제포럼’에 참석해 이 비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포럼에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비롯, 야닉 글레마렉 GCF(녹색기후기금) 사무총장,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해 이슈가 됐었다.
당시 유 시장의 비전은 정부의 계획보다 5년 빠르게 가겠다는 것이었고, ‘저탄소 경제-생태 도시 조성’의 정책방향 및 오는 2030년까지 18.5조원을 추가해 신재생에너지를 11.2%에서 35.7%로 확대하겠다는 등의 과제가 포함돼 있었다.
결국 유 시장의 선언이 무색하게 시 도계위 스스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얻어 이용하자는 내용의 안건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
인천지역 15개의 환경 및 시민단체들이 모인 ‘인천에너지전환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4일 ‘2045 인천시 탄소중립 비전 역행하는 시 도계위’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금이라도 태양광 설치를 재검토하고 탄소중립 비전 도시다운 행동을 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네트워크 측에 따르면 안건의 내용인 1,186.56kW 태양광 발전 시설은 연간 1,560 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경기장 주변 58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온실가스 690톤을 줄일 수 있는 양으로, 30년생 소나무 약 10만 그루가 흡수하는 양과 같다는 것이다.
유 시장이 발표한 비전 선언의 기준이 된 2045년은 앞으로 23년 후인데, 이를 전제한 탄소중립 도시의 모습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 저소비 도시, 100%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도시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국제적으로 대표적인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 파리 시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50% 줄이고 나머지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도시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프랑스가 작년 11월 차량 80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기존 주차장 및 신설 주차장에 대해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던 것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네트워크 측은 “알려진 대로 경관이 문제라면 디자인을 보완하면 되는 일인데, 경관을 이유로 탄소중립의 길을 막아서는 것은 기후 지옥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7)에서 “우리 지구는 기후 혼란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티핑포인트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화석연료 의존을 중지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도 있다.
인천의 경우에도 석탄 및 가스 발전소 밀집으로 인천이 소비하지 않는 전력을 2.43배 생산해 서울시와 경기도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대기오염물질, 미세먼지, 해양 온배수, 고압 송전탑 등의 환경, 건강, 재산 피해 문제를 인천시민들이 감내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인천의 경우 인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2톤으로 경기도보다 2배, 서울보다 4배 많다. 네트워크 측은 “인천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에너지 저소비 도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도시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인천은 또한 GCF(녹색기후기금) 유치 도시인데, 시 도계위가 시 탄소중립 비전을 망각하고 단순히 경관이라는 이유로 태양광 설치를 부결했다는 사실이 해외 언론에 알려지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