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께 들린 전투기 굉음 신고 등을 보도한 SBS 모닝와이드 보도화면.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28일 오전 12시 40분 경 공군 전투기가 이른바 ‘미상 항적’ 발견으로 인해 출격하면서 수도권 일대에 들린 전투기 굉음으로 신고와 민원 등이 속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온라인에서는 SNS로, 오프라인에서는 신고 등의 내용을 감안해보면, 국민들이 군당국의 안보능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반증으로 읽을 수 있는 만큼, 최근 북한도발을 ‘정치적 책임’으로 돌리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28일 오전 12시 40분 경 인천과 고양, 서울 등을 중심으로 전투기 출격 때나 나올법한 굉음이 크게 울렸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기자를 비롯해 당시 깨어있던 시민들은 거의 이 굉음을 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트위터 등 SNS 공간에서는 이를 여객기로 착각하는 듯한 반응도 있었으나, 공군 등 군복무 경험이 있는 시민들이 “여객기 수준으로 저런 정도의 소음은 절대 안 난다, 딱 전투기 출격 때 소리”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이 굉음이 들리자마자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표출됐다. 안그래도 지난 26일 경 북한이 무인기로 도발을 가한 탓에 이 소음이 전투기 소음으로 확인되자 불안 심리가 더 커졌기 때문. 

28일 오전 12시 40분경 전투기 굉음이 들린 직후 기자가 트위터를 확인해 갈무리한 여러 시민 반응들.

 

당시 북한 무인기는 우리 영공에 5시간여 동안이나 ‘유유자적’하게 정찰을 하고 있었으나, 우리 군은 무인기를 격추 혹은 조치 등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돌려보냈다. 무인기가 얻은 정보들이 그대로 북한군에 들어갔을 것은 물론이다. 

군당국과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수 년간 우리 군의 대비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증명했다, 북한과의 군사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국민들이 보셨을 것”이라며 전임 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발언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사실상 ‘분위기 파악’조차 못한 듯한 자세의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 등 야권은 “책임 회피도 정도껏이어야 이해를 한다”는 등으로 거세게 비판했고, 여기에 “우리는 2~3대 올려보내라”는 윤 대통령의 추가발언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도 더해갔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국방장관에 ‘대체 뭘 한거냐’고 질책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다분히 ‘비판을 의식한 해명’임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미봉책 수준의 대처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론이 불리할 때 혹은 선거 때마다 ‘안보 프레임’을 내세우는 보수가 정권을 잡을 때마다, 2010년 천안함 격침은 물론 이번 무인기 도발 사태까지 ‘안보와 관련한 대처’에 별반 손도 못 쓰고 있음이 다시금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여론은 28일 오전 굉음 때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표출됐다. 정작 ‘안보에 대한 국민불안’은 하나도 잠재우지 못한 채 신뢰만 잃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

전투기 굉음 이후 수 분동안 트위터에서 계속 확인됐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들. 윤대통령 이름 외엔 추가 필터링이 없는 검색임에도 원색적인 욕설로 가득했다. 이른바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을 산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을 단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군당국은 자정께 굉음도 국민들에게는 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제대로 전했다. 서부 전방지역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비행항적이 레이더에 포착되면서 전투기가 출동했다는 것.

이런 소식은 군당국이 재빨리 언론 등에 전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시간 보도나 속보는 굉음이 울린 지 수십분이 지나도 나오지 못했다. 기자 역시 굉음이 울린 직후 여러 방면으로 원인을 알아봤으나장시간동안 정확한 확인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정체가 불분명한 비행항적’은 지금까지도 명확히 확인이 안 된채 군당국은 “북한 무인기의 흔적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확연치 않은 설명만이 ‘사실상 전부’다. 조종사의 의견이라고 알려진 “풍선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확연치 않은 부연설명’ 정도가 덧붙여졌을 뿐이다.

당시 굉음을 들었다는 연수구 주민 김모씨(45)는 “저런 자세의 군, 정부, 대통령 등을 계속 믿고 국민이 안심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무인기 도발은 ‘방위 현안’이 아닌가, 저런 사안까지 ‘정치’적으로 발언하는 대통령은 특히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남동구 주민 박모씨(49)는 “군당국의 추정발표를 사실로 믿어준다면 그게 더 문제”라며 “새떼, 풍선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전투기부터 출격시키느라 굉음으로 국민들 한밤에 불안에 떨게 했다는 셈인데, 그야말로 코미디 아니냐”고 일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