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전경. ⓒ인천시교육청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회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며 교육교부금에서 3조 원을 떼어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에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 살림살이가 다소 빠듯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내년도 교육부 예산 중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사실상 삭감’됨에 따라 시교육청이 받을 수 있는 보통교부금이 806억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교육청의 이러한 예상은 최근 국회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 약 77조 2,800억 원 중 1조 5,200억 원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편성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내국세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한 교육교부금 일부를 떼어내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떼어낸 예산이 당초 일선 학교(초·중·고교)에 지원하는 것으로 편성된 교부금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일부 떼어낸 교부금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을 겪는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 

일단 정부가 얘기하는 ‘명목’은 대학 교육·연구역량 경쟁력 강화, 반도체 등 미래 핵심 인재 양성 등인데 그건 명목이고, 사실상 ‘학령인구 감소 자체’를 이유삼은 것이다.

물론, 이는 오는 2025년 말까지만 ‘한시 적용’하는 것으로 잡혀 있다. 그러나, 계속 유지될지 여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당초 시교육청은 교부금이 ‘떼임’을 당하기 전 시점으로는 5조 3,541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고 교부금 세입을 3조 8,368억 원으로 추산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교부금이 감소함에 따라 시교육청은 당초 교부금 세입추산 예상치에서 약 806억 원이 줄어든 3조 7,562억 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아주 큰 금액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천지역 일선 교육현장의 환경 등을 감안하면 저것도 아쉬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시교육청 역시 이런 부분에는 다소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물론 교육부 유보금 등을 감안하면 내년도 본예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나,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돼 단계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 등에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현재 교육부가 약 2조 5천억 원 정도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유보금’으로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 내년까지는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내후년부터는 예산에 대한 아우성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떼어 대학에 준다는 것도 논리상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결국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일선 학교에 대한 지원 교부금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그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얘기는 일선 초·중·고교의 학령인구만 줄어든다는 게 아니라, 대학도 같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를 이유로 초·중·고교 예산은 줄이면서 같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대학은 지원을 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리다.

실제로 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의 일선 시·도교육청 조직이나 교육계 등에서는 ‘뺏을 게 없어서 동생들 밥그릇이나 뺏냐’는 농담섞인 비아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정책의 설득력 없는 논리를 비꼬는 셈이다.

또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미래교육환경 비전 실천을 위한 구축작업을 위해 추진하는 교육사업에 대한 예산도 전반적으로 빠듯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마당에, 정부가 애먼 곳에 손을 대 예산 쪼개기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인천은 이렇게 되면 전국에서 가장 불리한 지역 중 하나가 된다. 지금도 송도나 검단, 미추홀구 일부 등을 중심으로 신도시 조성에 준하는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데 이는 ‘인천만 한정’해서 보면 학령인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신도시들은 과밀학급 문제가 시의회 등을 통해서도 거론되는 마당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환경 개선환경 관련 예산이 시급히 투입되어야 할 판이다.

때문에 정부가 이렇게 시·도교육청에 투입될 예산들을 이런 식으로 쪼개고 떼어내면,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특히, 인천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과밀학급 문제에 시달린다. 학교·학급 신설 등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실제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전국교육감협)’는 최근 이에 대한 비판의 내용으로 입장문을 내고 “초·중등교육이 후퇴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전국교육감협은 “교육세 중 1조 5,200억 원이나 되는 큰 예산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편성해 대학에 주자는 것은 고등·평생교육을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소위 ‘밑돌’을 빼서 ‘웃돌’을 괴는 오류를 범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전국교육감협은 “정부의 자세는 결국 유·초·중등 교육을 후퇴시킬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며 “미래교육환경 등을 위해 향후 3년 간 62조 원의 큰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인 만큼, 정치권이 교육 당사자(시·도교육청)들과의 소통에 적극 임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