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한 지 5일째인 28일 기준으로 인천항의 화물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인천의 지역사회는 현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이 화물연대의 파업을 “국가를 파괴하는 선동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야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및 노동계 등이 “정부의 약속 파기로 당연한 수순”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28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하루 화물 반출입량은 775 TEU(1 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 분)로 집계됐다.
인천해수청은 이같은 통계는 파업 이전인 지난달의 하루 평균 반출입량 1만 3천 TEU보다 94% 감소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인천해수청은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장치장의 포화 정도를 의미하는 장치율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73.4%로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천해수청은 “육상물류 흐름은 반출입량으로, 항만 운영은 장치율로 판단하는데 장치율만 보면 인천항 운영이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인천해수청 측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장치율에도 영향이 미쳐 항만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천의 경우 28일 현재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항만 일대 경비를 서고 있는 상태다.
경찰 등 공권력이 화물 운송 노동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컨테이너 터미널 출입구를 봉쇄할 경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찰은 이날 현재 기동대 4개 중대 280명과 3개 경찰서 소속 경찰관 140명을 인천신항 선광·한진 컨테이너터미널 등 8곳에 집중 배치했다.
28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아직까지 노조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이하 인천본부)는 이번 파업에 전체 조합원 1,800여 명 중 80%에 가까운 1,4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신항 선광·한진 컨테이너터미널 등 17곳으로 흩어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선전전을 벌였다.
인천본부 측은 “인천에는 거점이 많아서 집회는 따로 하지 않고 선전전만 하고 있다”며 일단은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이날 위기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의 지역사회 전반은 이런 정부의 태도가 폭력적이고 노동자 혐오적인 태도라고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28일 일제히 성명과 논평을 내는 등 정부의 태도를 꼬집고 나섰다.
‘인천지역연대’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화물노동자는 ‘도로’라는 일터를 국민과 공유하는 만큼 노동자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 노동위험도와 교통사고 발생률을 낮춰 국민의 도로 안전을 지키는 화물안전운임제의 효력은 이미 인증돼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국토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안전운임제 무력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15일 화물연대-국토부 간 교섭 자리에서 화물연대 세력확대가 우려돼 제도 확대가 어렵다는 식의 노조 혐오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인천시당 역시 비슷한 의견으로 공식성명을 냈다. 시당은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굳어진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말 그대로 정부가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라며 “화물연대의 요구는 너무나 정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당은 “윤석열 정부는 ‘엄정 대응’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정부는 물류대란을 우려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미 안전대란을 겪고 있다”며 “안전에는 당연히 비용이 들며, 정부는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지 등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역할에 충실하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