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의회에서 민선7기 당시 추진됐던 영흥도 자체매립지(에코랜드) 조성의 재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영흥면 주민들이 공식 성명까지 내는 등 반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미 민선8기 출범 이후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백지화를 선언한 상태라 이같은 요구는 반영 가능성이 현재로선 거의 없지만, 유 시장이 주장하는 4자협의체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서구 주민들 사이에선 이 요구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도 읽힌다.
28일 인천시와 시의회, 옹진군 등에 따르면, 최근 ‘영흥면이장협의회’는 공식성명을 내고 “이미 백지화된 에코랜드를 재조성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주민들의 목숨을 노리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시의원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나섰다.
발단은 서구가 지역구인 이순학 시의원(서구5, 민)이 22일 본회의 발언이었다. 당시 이 의원은 “임기 내 수도권매립지 종료 공약을 실천 위해서는 영흥도 에코랜드 부지의 자체매립지 선정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의원의 주장도 사실 다른 원인이 있었다. 지난달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은 수도권 전체 발전을 위한 수도권 시민의 공통 가치”라고 발언했던 것.
오 시장의 발언은 “서울시는 자체매립지 조성에 관심 없고, 오로지 수도권매립지를 연장 사용하도록 강행하고 압박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발언 직후 서구 주민들이 즉시 들고 일어났던 이유다.
이 의원은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사전 과정이 주민협의, 보상, 설계 등 사전 과정만 해도 민선8기 임기 전체에 해당하는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미 어느정도 추진이 돼왔던 에코랜드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영흥면이장협의회는 “6호기 석탄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영흥면은 분진가루 등 악화된 환경으로 인해 주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으며, 온배수가 바다에 유입되는 상황으로 인해 어족자원 고갈 현상이 일어나는 등으로 18년째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의원은 발언을 즉시 철회하고 더 이상 청정 영흥면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주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코랜드는 박남춘 전 시장이 선언한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관련해 이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됐던 사업이었다.
영흥도 일대 약 89만㎡ 부지를 매입, 친환경 매립지로 조성하는 내용이 골자였으나, 지방선거 이후 취임한 유 시장은 자신이 민선6기 시절 추진했던 4자협의체를 주장하며 이를 전면 백지화시켰다.
당시 에코랜드 조성사업은 주민들이 반대투쟁위를 구성해 활동하기도 했으나, 당시 인천시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요구사항을 논의하자고 밝혔었다.
당시의 주민협의체 구성안 자체는 주민들도 일단 동의했던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구성됐던 반투위 역시 “일단은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에서 주민들 스스로 해체했었다.
물론 이때의 동의는 “에코랜드를 조성해도 된다”는 동의는 아니고, “주민협의체를 통한 논의과정”을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민선8기 들어 인천시장이 바뀌고 영흥면 주민들이 ‘말을 바꾼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이런 갈등에 대해 이 의원은 에코랜드 조성이 현실적으로 주민들에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시의원이 되고 파악을 해 보니 해당 부지는 인천시가 매입하지 않았다면 석탄 발전 후 발생되는 석탄회를 매립하게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럴 바엔 다각도의 주민 지원이 동반되는 자체매립지 조성이 더 나은 게 아니겠냐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최근 출연한 한 지역방송을 통해서도 “유 시장이 에코랜드 불용 선언을 했지만, (시의원으로서 봤을 때) 이 부분에 대해선 선언이 성급하지 않았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재의 매립지가 위치한 서구 주민들은 이 의원의 논리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당시 이 의원의 본회의 발언을 시청했다는 한 서구주민은 “그간 매립지 종료를 주장한 서구 시민단체들(수도권매립지종료 주민대책위원회, 검단주민총연합회 등)이 지속적으로 유 시장에게 요구한 바를 이 의원이 대변해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의원의 요구사항 전반을 뜯어보면 수도권매립지 종료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발표, 영흥도 에코랜드 부지 자체매립지로 선정,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4자합의 정례화 해 분기별 지속적 추진 등으로, 모두 주민단체들의 요구사항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유 시장이 민선6기는 물론 현재까지 4자 협의체를 통한 명확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 의원의 발언 배경’으로 짐작힐 수 있다.
실제 유 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4자 협의체 중 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서울시는 매립지 사용 연장을 주장하고 있어 인천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4자협의체의 또다른 추제 중 하나인 환경부 역시 ‘형식적인 움직임’에 그친다는 평가가 많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는 현재의 매립지를 사용하는 대신 추후 사용할 대체매립지 공모를 2차례나 냈으나, 전국 그 어느 지자체도 응하지 않아 모두 무산됐다.
환경부가 추가공모 계획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추진되더라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현재로선 크다. ‘100% 선출직’인 지자체장 입장에서 어떤 지자체장이 자신의 정치적 목숨을 걸고 공모에 나서겠냐는 것이다.
현재의 매립면허권은 인천시와 서울시, 환경부가 약 4:4:2 정도의 비율로 나눠갖고 있다. 인천시와 서울시가 동일한 비율로 면허권을 갖고 있지만 인천시의 비율은 냉정히 말해 ‘과반’이 아니다.
이를 전제하면 매립지 사용 종료 대신 현 매립지 사용 연장이 ‘속’이 편할 나머지 3개 주체가 인천시를 압박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 시장이 민선6기 시절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기간 동안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