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활동 모습. ⓒ인천시의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9일 행정사무감사에 임한 인천관광공사의 감사 준비가 상당히 미흡했다는 평가다.  

최근 부임한 사장이 아직 업무 파악이 미진한 시기임을 감안해도, 제출된 감사 자료는 물론 답변까지 미진한 자세를 보여 일부 시의원들로부터는 짜증을 유발하는 듯한 분위기도 풍겼다.

이날 오후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진행한 인천관광공사의 행정사무감사는, 백현 공사 사장이 올해 추진한 사업내용을 보고한 뒤 김유곤 시의원(서구3, 국)이 먼저 질의를 하며 시작됐다.

김 의원은 “7월에 보고받은 바 관광마이스기업의 발굴 실적 관련해 5월 말 기준 21개사로 나와 있는데 5개월여가 흐른 지금도 그대로로 나와 있으니 답변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문제는 첫 질문서부터 바로 보였다. 그간의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질의였음에도, 백 사장이 그 첫 질의부터 머뭇거리는 자세로 답변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며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기 때문.

백 사장이 지난달 말 취임을 한 신임 인사인 만큼 업무파악이 덜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준다 해도, 인천시 공직자 출신인 백 사장이 마이스산업과 초대 과장을 지내기도 했던 만큼 업무분장 등은 사전 파악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행감 시작부터 실망스러운 자세를 보인 셈이다.

더 가관은 이 첫 질문에 백 사장이 버벅대는 자세를 보이며 시간만 허비되자, 문화복지위원장인 김종득 시의원(계양2, 민)이 “백 사장께서 답변이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관련 업무를 하는 실·본부장 이하 직원들이 답변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직원들이 답변을 할 자세를 보이지 않은 채 계속 침묵만 흐르자 시의원들까지 당황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천시 산하 실·국·기관들이 1년 중 가장 열심히 자료와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행감인 만큼, 인천관광공사의 행감 자세는 굉장히 부적절했다.

보다못한 김 의원이 자신의 질문을 좀 더 풀어서 업무분과를 구분해주기까지 했으나, 이후로도 선뜻 나서는 인천관광공사 소속 간부가 없자, 백 사장마저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한 제스처까지 나왔다.

결국 이렇게 답변을 하지 못하고 침묵이 흐른 시간은 1분여나 됐다. 첫 질의서부터 미진한 준비를 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 1분여의 공백이 지난 후에야 소연수 관광산업실장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답변대로 향하긴 했으나, 시의원들 중 일부는 ‘행감 준비를 이렇게밖에 못 해왔냐’는 듯한 눈치를 주기도 했다.

이후 질의는 유경희 의원이 계속 이어갔다. 유 의원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채 “백 사장의 취임이 얼마 안 돼 업무 파악이 아직 안 됐을 거란 건 이해하지만, 주무 팀의 파악은 좀 하고 왔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이러한 자세를 꼬집었다.

자신이 답변을 하기가 힘든 경우라면 질문의 요지에 따라 최소한 답변을 할 만한 간부 직원을 빨리 지명하는 것도 백 사장의 역할이었지만, 이날 행감에서 백 사장은 이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 제출한 자료들 역시 행감을 위한 자료라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난잡했다는 평이 중론이다. 

질문을 계속 이어간 유 의원은 “업무보고 등 행감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아 보니 우선 기본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부터 자잘한 사업들을 좋은 말만 써서 나열한 듯한 느낌이라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시의원들이 제출받은 기본 자료 및 추가 요청자료 등이 그야말로 ‘난잡한 수준’임을 공개적으로 인증한 셈이다.

백 사장이 시 간부공직자 출신인 만큼 업무보고 자료나 행감자료들을 많이 봐왔을 것을 감안하면, 자료가 미진하고 겉으로 보기에도 난잡한 방식이었다면, 직원들로 하여금 수정 혹은 다시 써낼 것을 요구하거나 하는 등으로 조치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 사장 역시 “너무 빡빡하게 늘어놓은 느낌이 들어서 나도 좀 답답했다”고 결국 이를 인정했다. 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선 허탈하게 웃기도 하는 등 인천관광공사 직원들에 대한 일종의 ‘실망감’도 함께 표현하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유 의원은 “인천관광공사의 주요 사업들은 발굴 외에도 육성의 부분이 중요한데 발굴 내용만 무수히 나열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 번 오도록 홍보하는 게 아니라 찾고 난 후에도 다시 올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사업을 깊이 있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만 이런 평가를 한 게 아니다. 

같은 위원회 소속 장성숙 의원(비례, 민)은 인천관광공사가 주최 혹은 진행하는 각종 축제나 행사와 관련한 안전계획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인천관광공사가 제출한 자료는 통상적인 매뉴얼이었다.

장 의원은 “축제 현장에 얼마만큼의 인원이 올 것인가를 예측하고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업무분장체계에 의해서 어떤 팀 소속의 몇 명이 움직이는지 등이 이미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며 “제출받은 자료는 지자체와 경찰, 소방당국 등이 어떤 일을 한다는 단순한 매뉴얼에 불과한데 이걸 안전계획서라고 낸 것이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행감이 매년 11월에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임 사장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 간부급 직원들이 제대로 된 자료들을 어떻게든 준비했어야 했다. 백 사장 역시 최소한의 팀 업무파악이 안되어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날 인천관광공사의 행감 자세는 추후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시의원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감사가 불가능해 추가일정도 잡힐 수 있었을 정도로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 

적게는 ‘미진한 준비자세’서부터 넓게는 ‘인천관광공사 내부의 업무기강 해이’라는 지적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행감에 임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엉망’ 그 자체였다.

이날 인천관광공사의 행감을 방송으로 지켜봤다는 시민 김모씨(44)는 “(김유곤 의원의) 첫 질문 이후로 아무도 답변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마치 질문에 ‘보이콧’을 하는 듯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