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파수를 인가받고 ‘준비 중에 있다’고 알려진 인천지역의 공동체 라디오 두 곳(연수구, 서구)이 전혀 공식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한된 기간 안에 방통위 검사 등 절차를 밟지 못할 경우 지역사회 차원에서 어렵게 얻은 주파수 허가를 취소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어, 자칫 지탄의 대상 가능성도 점쳐진다는 것이다.
5일 서구와 연수구, 방통위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해 7월 제30차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전국 20개 공동체라디오방송 신규허가 대상 사업자 선정을 의결했다.
20개 중 인천의 경우 서구의 ‘인천FM방송(98.5MHz)’과 연수구의 ‘연수공동체FM(98.7MHz)’이 3년 기한(공식 개국 시점 기준)의 주파수 허가를 받았다. 이중 연수구는 방통위로부터 올해 1월 주파수 허가를 공식적으로 내려받았다.
그 이후 민선7기 말엽이었던 지난 4월 경 고남석 전 연수구청장이 1인미디어활동가 발대식 등 주요 현장 및 보도자료(연수구 4월 4일 배포) 등 루트를 통해 연수공동체FM의 8월 개국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8월 개국을 약속했던 연수공동체FM은 물론 서구의 인천FM방송까지, 현재 공식적인 준비단계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4월 초 배포된 보도자료 및 업무협약 등은 결국 현재로선 ‘공염불’ 상태가 된 셈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연수FM 운영주체(연수공동체라디오 사회적협동조합)가 편성 프로그램 일부분을 방통위에 올렸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외 진전사항은 사실 전혀 없었고, 멈췄던 상황이 맞다”며 상황이 지지부진함을 인정했다. 연수공동체FM의 경우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상태다.
물론 운영주체도 제대로 된 운영계획을 밝힌 적이 없기도 했지만, 조달청 입찰계약을 통해 장비들을 조달키로 한 업체(운영주체와는 다름)가 보유한 현금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계약까지 된 납품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수구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서 현금자산 부족 등 내용으로 연락이 온 적이 있었는데, 사실 우리 구가 미리 선금을 당겨 지급해주면 해결되니 그렇게 안내를 해줬는데, 자산이 있다며 기다려 달라고만 했지, 장비물품들의 주문조차 안 하고 있었다”며 “우리 구 내부에서도 그 업체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이 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물론 그렇게 되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특별한 사유나 업체의 문제점 등이 공식적으로 표출되어야 하는데 현재 그 단계까지는 아직 아니어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서구의 인천FM방송도 문제는 심각하다. 올해 4월 주파수 허가를 받았지만 그 이후 진전사항이 전혀 공개된 바가 없다. 서구 관계자들과는 사업내용이 전혀 공유되지 않은 채 모든 사항이 ‘대외비’ 상태다. 어떻게 보면 연수구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현재 서구 지역에서 팟캐스트를 통해 민간 영역에서 활발히 인터넷 방송 활동을 하는 ‘서구FM’이라는 곳을, 주민들이 주파수허가를 받은 주체로 혼동하는 웃지못할 일도 있다는 서구 주민 일부의 전언도 있었다.
서구 관계자는 “해당 방송 운영주체가 현재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우리 구와 직접적인 소통이나 연관성은 없는 상태다 보니, 구청 내부에선 전혀 진전사항을 알 수가 없으며 해당 사업주체 쪽에서도 특별히 알려오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전해들은 바로는 개국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 정도만 듣고 있는데, 그러면 뭐가 어려운지 등등은 알게 되면 도움이 되는 방향이 있는지 등을 찾아볼 수도 있을텐데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다”며 “자칫 주파수를 반납할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보니, 사실 답답한 면이 없지않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대로 연수구와 서구가 방통위로부터 주파수 허가를 공식적으로 받은 시점은 연수구가 올해 1월, 서구가 올해 4월이다. 그렇게 되면 1년 안에 관련 장비들 및 스튜디오 공간 등을 모두 조성하고, 1년 안에는 방통위로부터 준공검사를 받아야 한다.
단, 비영리 공동체 방송국들의 경우 장비 등 구축이 쉽지만은 않은 점을 감안해 방통위는 1년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줄 수는 있다. 그걸 감안하면 2024년 1월과 4월에는 완료가 되어야 하는데,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가까운 시점이 되기까지 진전사항이 없으면 결국 방통위가 유예해 주는 최대 2년의 기간마저 넘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동체 라디오들은 최대 2년 안엔 준비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허가 취소의 조건이 갖춰지는 만큼 방통위가 주파수 허가 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2년이 넘어가면 무조건 허가를 취소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통위가 한두 번 봐줄 거라는 보장 역시 없다.
문제는 만약 해당 운영주체가 재정난 혹은 모종의 이유로 주파수 송출을 포기했을 경우 ‘대안’에 해당하는 사업자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신규 허가가 ‘해당 주체가 진행한다’는 조건 하에 이뤄진 만큼, 타 사업자가 능력이 된다 해도 절대 대체할 수 없다.
즉, 허가받은 주체가 송출을 포기해 버리면 대체가 가능한 게 아니라, 자동적으로 ‘취소 단계’로 이어지는 것. 주파수 허가를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렵게 따놓고 쉽게 포기하려는 것이냐”는 비난도 나올 수 있는 상태다.
따라서 어렵게 얻은 주파수를 유지하고 송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차원의 협력이나 도움 등도 필요하지만, 정작 인천의 지역사회 및 문화 관련 신 등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방통위의 신규 허가 및 공식 허가의 과정 중에 공론화과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인데, 막상 공론화의 필요성을 말해도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동네의 이야기’를 주로 꽃피운다는 공동체 라디오 채널을 활용하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인천의 시민사회단체 및 문화예술단체들도, 공동체라디오의 개념을 제대로 갖고 있는 인사들이 전혀 없다는 건 큰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인천 내 민간 영역에서 이를 공론화하기 위한 작업이 없진 않았다. 한 민간단체가 시민들이 참여하고 연구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천문화재단이 공모했던 ‘시민문화활동’의 한 사업에 참여했던 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단체의 공모는 면접심사에서 ‘비아냥’과 비슷한 반응을 들었다고 한다.
해당 민간단체 측 관계자는 “심사에 들어갔더니 10여 명의 심사위원들이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나 해당 영역 전문가라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그 누구도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개념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며 “하여 현재 무관심한 상황에서 최소한 몇 차례 공론화를 시켜 관심도를 끌어내야 하고, 이를 위해 연구와 관찰, 토론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설명 후 그들에게서 대뜸 돌아온 대답은 ‘유튜브를 보면 되지, 그게 뭐가 필요하냐’ 혹은 ‘그건 시민참여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지적들을 들어야 했다”며 “자신들 영역에서 모르는 지식은 세상에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땐 정말 힘이 쭈욱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