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당시 첫 도입한 수소시내버스에 박남춘 전 인천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시승하던 모습. ⓒ인천시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조만간 관내 시내버스(지선 및 간선) 업체들과 표준 운송원가 등 버스 준공영제 개선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막대한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준공영제의 투명성 개선이 취지인데, 협의가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시와 인천버스운송사업조합은 5일 총회를 통해 준공영제 개선안을 놓고 협의한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버스 준공영제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후 이를 적용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국토부 가이드라인은 현재 인천 시내버스의 수익을 관리하는 ‘수익금공동관리위원회(이하 수공위)’의 역할을 수익금 운영 외에 버스업체의 회계감사, 노선조정 등 버스정책 결정권한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였다.

여기에 표준운송원가는 해마다 수공위를 거쳐 산정하고 산정 범위에서 기부금이나 광고비, 대출수수료 등은 제외토록 했으며, 적자가 심한 업체는 배당을 제한하는 경영합리화 방안 등도 협의 내용 중 하나다.

지금까지 시는 표준운송원가 산정을 3년에 한 번씩 용역을 거쳐 버스조합과 협상해 왔다. 또 용역에서 표준운송원가가 전해보다 낮게 책정된 경우 반영하기보다 동결 또는 재산정을 하는 등 국토부의 가이드라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항상 준공영제와 관련해서는 회계 투명성 문제가 거론돼 왔고, 특히 민선6기 시절엔 준공영제 운영 과정에서 운송원가 산정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고 운송 주체인 버스업체에 맡겼던 사실이 특감을 통해 뒤늦게 드러나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등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준공영제와 관련해 표준운송원가 산정과 회계 감사와 관련한 시의 법적 권한이 크지 않은 등의 이유로, 특히 버스업체의 인건비 등까지 반영하게 되는 표준운송원가의 경우 “투명하게 드러난 적이 없다”는 평가와 더불어 적정성 논란 역시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버스업체들이 좀처럼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 문제는 현재 인천시 버스 준공영제 예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1,079억 원, 2019년 1,271억 원, 2020년 1,906억 원, 지난해 2,181억 원에 올해 2,398억 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당연하겠지만, 이 천문학적인 액수는 모두 시민 혈세로 메워져 왔다.

하지만 그 늘어나는 상황에 비해 적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더불어 시가 이를 개선하려 들 때마다 준공영제의 법적 근거 미비 등을 이유로 버스업체에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시 직속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 소속원들을 참가시키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이 표준운송원가 산정결과 등을 대체로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실 여부를 회계를 통해 봐야 하는데, 회계 투명성이 없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국토부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시는 버스조합 측과 약 20여 차례 만나 협의해 여러 안건 중 버스조합 및 버스업체의 재무제표 공개와 배당금 과다 지급 방지 등에 대한 합의는 완료했다. 그러나 준공영제 현안의 가장 핵심에 해당되는 표준운송원가 산정 방안 개선사항에는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표준 운송원가가 전해보다 낮게 책정된 경우 동결 또는 산정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면반영 등을 하려고 하지만 버스조합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이 강제권한이 없다고 해도 나라에서 정한 나름의 룰인 만큼, 버스조합과 버스업체들이 이를 최대한 따라가야 한다는 지적은 마땅히 나올 수 있다.

더불어 버스업체들 스스로가 그간 회계 투명성 등을 전혀 보장하지 못한 상황을 놓고 보면, 버스조합이 시민의 발인 버스를 명목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경우는 다르지만 2018년 광역버스 업체들이 재정지원 등을 인천시에 요구하며 “지원이 없다면 폐선 등 조치하겠다”고 하자, 당시 행정부시장이었던 박준하 전 부시장이 “그럼 공영제로 가겠다”는 신의 한 수로 이들의 원성을 한 방에 압도했던 것과 같은, 일종의 ‘초강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준공영제의 ‘혜택’을 받은 주체들이 버스업체 당사자들인 만큼, 시의 행정에 다소 불만이 있다 해도 ‘으름장’보다는 ‘일단은 따라가기’를 우선순위에 놓을 수밖에 없도록 비상체제 구축 등 플랜B에 해당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시는 내년 버스 준공영제를 위해 들이부어야 하는 시민 혈세가 3천억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준공영제의 투명성 및 정상화 등과 관련해서만큼은, ‘시가 버스조합을 압박하는 자세로 강행시켜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던 이유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토부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없다는 것도 그렇지만 조합 소속의 운수업체(총 34업체)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의견들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설득이나 합의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