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정부가 내달부터 일제히 오르는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네탓 공방’이 나오고 있어, 가뜩이나 물가에 고민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한전 등은 30일 ‘전기요금 조정 및 요금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한전 측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원가상승분들 반영한 결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를 받아놓았다”고 전했다.
개편안은 모든 전력소비자가 기본 kWh당 2.5원씩 오른 전기요금을 적용받아, 4인 기준으로 가구 당 전기요금이 2,770원 씩 인상된다. 부가적으로는 내년부터 농사용 전력 대상에서 대기업이 제외되며 계절 및 시간대별 구분 기준도 변경될 예정이다.
또 산업용과 일반용 대용량 소비자는 추가 인상하되 공급전압에 따라 고압A와 고압BC로 조정해 각각 4.5원, 9.2원씩 추가 인상한다. 이번에도 산업용보다는 일반 대용량 소비자의 인상폭이 큰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한전 등이 밝힌 인상 요인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9월 전력도매가격(SMP)은 킬로와트시(kWh)당 255원까지 오르는 등 최고 수준으로 인상되고 있는데, 한전이 이러한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오면서 적자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한전 영업적자는 14조 3천억 원이며 8월까지의 사채 발행규모는 총 19억 8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조정을 통해 4인가구의 월 평균 사용량 307kWh 기준으로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76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10월부터 적용되는 올해 기준연료비 잔여 인상분(kWh당 4.9원)까지 포함시 월 약 2,270원씩 오른다는 계산이다. 다만 취약계층 부담완화 명목으로 올해 7월부터 적용 중인 복지할인 한도 40% 확대는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사회복지시설은 할인한도 없이 인상되는 전기요금의 30%를 할인키로 했다.
한전 내부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자산 매각, 비핵심사업 조정 및 고강도 긴축 경영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총 14조 3천억 원의 재무개선 목표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도시가스 요금 역시 전기요금과 함께 오른다.
산자부는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 당 2.7원 인상키로 해, 서울시 기준으로 4인 기준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이 월 3만 3,980원에서 3만 9,380원으로 월 5,400원씩 인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스요금의 인상 요인도 전기요금과 비슷하다. 세부 내용으로는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규정을 바꿔 확정된 정산단가 인상분인 MJ당 0.4원과 이번 기준원료비 인상분 MJ당 2.4원을 반영키로 해, 주택용 요금은 MJ당 16.99원에서 19.69원으로, 일반용(영업용1) 요금은 19.32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인상률은 주택용이 15.9%이고 음식점·구내식당·이미용실·숙박시설·수영장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영업용1)은 16.4%, 목욕탕·쓰레기소각장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영업용2)은 17.4%다.
도시가스 요금의 인상안은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이미 지난해 말 정부가 가스요금에 대한 정산단가를 올해 세 차례 올리기로 확정했었기 때문.
산자부는 “LNG 수입단가 상승폭에 비해 가스요금이 소폭만 인상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미수금(천연가스(JKM) 수입 대금 중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규모로 올해 2분기 기준 5조 1천억 원)이 급증하고 있어, 수급 차질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지만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이 올리지는 말자는 방향으로 가스요금 인상폭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산자부에 따르면 JKM 현물가격은 지난해 1분기 mmbtu(열랑 단위)당 10달러에서 올해 3분기 47달러로 급등했고 여기에 환율까지 급등하며 수입단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스·전기요금의 인상은 가계부채 등에 직접 타격을 주는 요소다. 즉, 국민들이 짐을 떠안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물가 인상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됨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네 탓’ 식의 주장이 이어지며 국민들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국회의원(충남서산·태안)은 이날 “4분기부터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해진 원인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아집 때문”이라며 “전 정부에 의해서 초래된 한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상당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같은 당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울산남구을) 역시 최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탈원전 정책 청구서”라며 “정책실패의 책임은 임기가 끝난다고 끝나는게 아니다”라며, 시선에 따라서는 ‘보복성’으로 해석될 만한 멘트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29일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요금이) 가격을 낮추면 에너지 안 써도 되는 사람이 더 쓰게 되는데 비싸지면 꼭 필요한 사람이 쓴다”는 식의 말을 하며 논란을 더 자초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제유가의 급등 등 대외적 요인이 워낙 크게 작용한 탓에 일정부분 물가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알고 있다, 굳이 공공요금 인상의 원인을 두고 ‘정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볼 수 있기에, 결국 국민들의 정서적 피로감까지 가중시킨다며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다.
결국 네이버 등 포털의 주요 뉴스 댓글에는 “전임정부 핑계만 대면 다 괜찮은 줄 아느냐, 그냥 입 다물고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멘트들이 달리며 악화되는 여론이 인증되고 있다. 모두 정부관계자와 여당 등 정치권이 자초한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