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발생한 ‘왕릉뷰 아파트’ 사태와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보고 내용이 공개됐다.
문화재청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이번 문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는 내용으로, 그 책임소재를 아파트 건설사가 아닌 문화재청으로 돌릴 수 있는 만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공개한 문화재청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문화재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면서 이같은 결과를 밝혔다.
감사원은 2011년 이후로는 (감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문화재청에 기관 정기 감사를 실시하지 않아 왔는데, 지난해 8~10월 김포 장릉 주변 보존지역 내 고층 아파트 건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주요 업무 등 적정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감사원이 언급한 아파트 건설 문제는 지난해 7월 문화재청이 검단지구 일부에 아파트를 건설 중이던 3개 건설사에게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반경 500m 내에 20m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경우 개별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3개 건설사의 건설구역이 이에 해당됐으며 건설사들이 이를 준용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해당 건설사들은 이것이 부당하다며 취소소송 등을 제기했고 문화재청은 이들 건설사를 경찰고발하는 등 사태가 악화됐지만,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재를 원상복구시키기엔 때가 늦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속화됐다.
이와 관련한 감사원의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 건설의 경우 해당 사업 부지가 ‘문화재 인근 보존지역’에 해당된다는 내용이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다보니 해당 아파트 건설사는 사전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의 여부를 아예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는 설명이다.
‘문화재 인근 보존지역’은 특정 문화재 보호를 위해 시·도지사가 문화재청과 협의해 지정한 문화재 외곽경계 500m 이내 지역을 일컫는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지정을 지자체에 통보하면, 지자체는 주변 보존지역을 지정하고 국토이용정보체계 시스템에 올리게 돼 있다.
하지만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 인근 보존지역이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되지 않거나 등재가 지연되면, 이로인해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되거나 국가지정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지정된 보존지역이 훼손될 우려가 있음에도 문화재청이 이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문화재청은 이어 2017년 1월 김포 장릉 주변 보존지역 내 20m 이상 건축물의 허가 행위 기준(보존지역 내에서 가능한 건축행위 범위 등에 대한 명시)의 변경 내용에 대해 이를 김포시에는 통보했으나, 인천 서구에는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이 행위기준을 수립하거나 변경하게 됐을 경우, 국가지정문화재가 위치하는 관리기관인 기초단체(시·군·구)는 물론 보존지역에 포함된 기초단체에도 이를 통보해야 한다.
문화재청이 이런 사전작업을 하지 않은 만큼 감사원이 그 책임을 문화재청이 직접 지라는 얘기다. 실제 최근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문화재청의 책임이라고 봤다.
이 왕릉뷰 아파트의 건설사인 대방건설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명령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지난달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1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가 있었다.
현재 이들 왕릉뷰 아파트 일부는 이미 입주가 시작된 상태로, 이젠 무를 수도 없는 형국이 됐다.
전문가들은 김포 왕릉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상태에서, 이 아파트로 인해 자칫 조선왕릉 40기 전부의 유산자격이 박탈되는 ‘국가 차원의 치욕’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이미 복수의 언론 등을 통해 밝힌 바가 있다.
실제 유네스코는 스스로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던 영국의 리버풀 해양도시와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도시개발로 인해 본래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판단으로 세계유산 자격을 박탈한 바가 있다. 왕릉뷰 아파트와 아주 유사한 사례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국 ‘존버’한 건설사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이기고 승자가 됐다”는 해석도 가능한 만큼, 지역 차원에서 ‘전국구’로 번진 해당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